안철수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의 주요 주주들이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잇따라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실적과는 상관없이 테마주 붐에 편승해 지나치게 급등하자 주주들이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 써니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 50만주를 장내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5일 종가 8,010원 기준 40억500만원에 달하는 규모로 써니전자의 1ㆍ4분기 매출액(48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미 써니전자의 주요 주주 5명은 지난달 28일부터 101만5,082주를 장내 매도해 99억6,814만원어치를 손에 쥔 상태다. 5월 이후 써니전자의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아 확보한 돈은 모두 18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말 써니전자의 주가가 397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2,200%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주요 주주들이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도하기 시작한 지난달 말 1만원을 넘던 써니전자의 주가는 현재 7,000원까지 폭락한 상태다. 써니전자는 최근 3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안철수 테마주인 오픈베이스도 지난해 말 800원대이던 주가가 최근 3,000원대로 올라서자 주요 주주들이 자사주 124만5,500주를 처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 오픈베이스는 최근 이틀간 17% 가까이 폭락하며 주가가 2,000원대로 주저앉았다. 미래산업도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한 임원이 4일 보유 주식 5만7,995주 가운데 5만7,980주를 매각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실적과는 상관없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 행보에 편승해 주가가 폭등하자 주요 주주들이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이들 기업 대부분이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거나 적자상태를 보이고 있어서 현재의 주가에는 거품이 많이 낀 상태"라며 "나중에 대선 일정이 끝나면 테마주 열기가 식을 수밖에 없고 그때에는 실적과 상관없이 오른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주요 주주들이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온 지금을 차익 실현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8월 한 달간 오픈베이스와 미래산업ㆍ우리들제약ㆍ우리들생명과학ㆍ위노바ㆍ다믈멀티미디어ㆍ케이씨피드ㆍ우성사료ㆍ한국정보공학 등 정치 테마주 9개 종목의 평균 주가가 102.5% 상승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ㆍ당기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폭이 늘어난 상태여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