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장잠재력 미흡한 내년 예산안

정부 각 부처들이 요구한 내년도 예산 규모가 일반회계를 포함해 올해보다 5% 늘어난 195조원으로 집계됐다. 톱다운(Top-down) 예산편성 방식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내년도 예산안 요구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전반적인 예산 요구액 증가율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예년의 경우 정부부처의 예산 요구증가율은 평균 25%를 넘는 것이 관행이었다. 다시 말해 각 부처는 예산을 최대한 요구하고 예산당국이 대폭 삭감하거나 수정한 뒤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시 조정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예산편성 관행이었다. 내년 예산의 경우 예산당국에서 예산총액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설정하고 구체적인 예산편성권을 해당 부처에 주는 톱다운 방식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요구액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각 부처의 업무와 사업이 복잡다기해지는 추세에 따라 예산당국의 일률적인 예산편성과 통제보다는 해당부처에 예산편성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을 촉진하자는 것이 톱다운 예산편성방식의 목적이다. 이런 방식의 예산편성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그 효과가 우리한테도 가시화된 것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 요구는 내용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첫째는 통일ㆍ외교ㆍ국방ㆍ사회복지ㆍ환경 등 비경제분야에 대한 예산 요구액이 크게 증가한 반면 사회간접자본사업 및 중소기업지원 등의 경우 예산요구액이 오히려 감소하거나 소폭증가에 그쳐 재정의 경기조절기능 및 성장 잠재력 확충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특화사업을 비롯한 정부 역점사업에 대한 예산 요구액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군철수와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전력증강을 위해 국방 예산 증액의 불가피성은 인정되고 연구개발투자를 크게 확충시킨 것은 바람직하나, 전반적으로 경기부양이나 성장잠재력 확충과는 거리가 먼 분야의 예산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산당국은 예산의 효율성과 경제적 기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예산 요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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