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에너지 정책의 과제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10분 후'와 '10년 후'를 동시에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우리나라의 전력ㆍ에너지 정책에 적용한다면 당장 올 겨울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동시에 완성도 높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 수립이라는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에너지 수요전망과 이에 따른 석유ㆍ가스ㆍ원자력ㆍ신재생에너지 등의 공급 믹스 방안이 담긴다.

IEA, 가격 현실화ㆍ경쟁도입 권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에너지 수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아닌 중국ㆍ인도 등의 수요증가로 오는 2035년까지 3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ㆍ석탄ㆍ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의 비중이 75% 이상을 유지하지만 오일샌드ㆍ셰일가스 같은 비전통 에너지원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재생에너지는 3배 이상 증가하고 원자력은 비중이 유지되거나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화석연료의 대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고민이 미래에도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엿보인다.

IEA는 올해로 가입 10년이 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을 평가하고 미래 정책방향을 권고하는 내용의 국가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번째다.

마리아 반판데르후번 IEA 사무총장은 지난주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 국가보고서를 직접 발표하며 2009년 제정한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과 이에 따른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했다. 또한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신재생에너지 국내보급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 점도 우수 사례로 꼽았다. 원자력에 대한 높은 기술수준과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수립, 에너지 연구개발(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성장 정책의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IEA는 국가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 대한 냉철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국내 전력ㆍ가스시장에 개방과 경쟁을 도입하는 시장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가격 현실화를 통한 수요조절과 공정경쟁 기반조성 같은 시장 메커니즘 강화는 선진적 에너지시장 구축을 위한 필수과제라는 점에서 IEA의 권고사항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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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도입 예정인 배출권거래제에 대해서는 기존 목표관리제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다른 에너지정책ㆍ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설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현실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효율 높여 수요ㆍ온실가스 줄여가야

IEA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선언을 달성할 실효성 있는 방안과 산업ㆍ수송 등 부문별 에너지 효율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수요감축은 어떤 에너지원보다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로 진입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개발, 추진해나가야 한다.

세계 5위 에너지 수입국이자 세계 10위 소비국인 대한민국. 문득 10년이 더 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현실과 IEA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에너지 수급이 한층 안정되고 더욱 높아진 기술력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에너지의 미래를 기대하며 정부 역시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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