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0일] 칠레산 와인값은 떨어졌을까

우리 정부가 가장 성공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난 2004년 발효된 한ㆍ칠레 FTA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ㆍ인도 등과 달리 무관세나 낮은 관세 비율이 높아 대 칠레 수출증가율이 지난 5년간 연평균 42.4%를 기록, 우리 자동차ㆍ전자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기업은 이렇듯 많은 혜택을 봤지만 개인은 어떨까.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FTA의 효과는 수입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인하다. 하지만 '잘된 FTA'의 대표적 수혜품목으로 꼽히던 칠레산 와인은 15% 관세가 사라졌음에도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대표적인 와인 '몬테스알파ㆍ까베르네소비뇽'은 2004년 3만8,000원이었지만 지금은 4만7,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환율 영향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다. 당초 한ㆍ칠레 FTA가 타결됐을 때 칠레 와인 가격은 10% 내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이론과 현실이 동떨어진 것은 낙후된 유통구조 탓으로 볼 수 있다. 관세인하분이 소비자 후생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중간마진만 늘어나게 했다. 예를 든 와인의 경우 중간 도ㆍ소매상의 마진이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독점 수입구조도 문제로 제기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1주일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치킨 원가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5,000원짜리 치킨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유통구조의 단순화에 기인한다. 배추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배추파동'에서도 밭떼기 거래, 고비용 유통구조 등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 필요성이 드러났다. 정부는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 미국 등과의 FTA가 발효되면 와인ㆍ화장품ㆍ돼지고기ㆍ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인하의 영향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주요 수입품의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내 유통체계를 점검하는 등 정부의 후속 조치가 없다면 정부가 강조하는 FTA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