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금융감독원 브리핑실. 금감원에서 '최근 원화강세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대응방안'이라는 자료를 냈다. 당초 이기연 은행ㆍ중소서민감독 부원장보와 기자들과의 티타임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장소가 바뀌면서 사실상 공식 브리핑 형태가 됐다.
기자들의 관심은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로 쏠렸다. 원화강세야 모두다 아는 사실이고 실제 기업들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황당한'설명을 했다. 자동차 업종은 영업이익률이 2.8%포인트, 전기전자는 3.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어디에서 어디로 바뀌는 건지 말을 하지 않았다. 전기전자가 6%에서 3.5%포인트가 낮아져 1.5%가 되는지, 아니면 1%에서 -2.5%가 되는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모르쇠'였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민감하다" "가정을 2번 한 것이다"라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계속 기자들과의 입씨름 끝에 자동차와 전기전자의 영업이익률 변화의 기준점을 알려주긴 했지만 끝내 적자기업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업적자 예상기업 비중이 10%포인트 늘어난다는 자료만 내놓았을 뿐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변동폭만 알려주고 어디에서 어디로 변하는지도 공개하지 못할 자료는 왜 만들었나 하고 말이다. 금감원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정치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못할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금감원은 기업의 상반기 매출을 지난해 전체 매출로 가정하고 올해 말 원ㆍ달러 환율도 달러당 1,000원으로 잡았다. 설문조사 대상 722개 업체 중 답변을 보내온 곳도 236개에 불과했다. 당초 보고서 작성에 무리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 보고서가 금융감독당국의 또 한번의 설익은 '코드 맞추기'가 아닐지 걱정된다. 어설픈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