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 사정/「한국판 빅뱅」 촉발 계기로

◎정부 구조개편 필요성 계속 역설/「4월·7월 단행」 구체 소문까지현직은행장 두 명이 한꺼번에 검찰에 소환되는등 은행권에 메가톤급 사정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검찰의 금융권에 대한 수사는 일단 출국금지시킨 전·현직 은행장들에 집중될 전망이지만 한보에 대출해준 나머지 은행 및 제2금융권도 수사망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태수 총회장이 주요채권은행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도 로비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막판에 자금난에 부닥칠 때 산업, 조흥 등 주요채권은행들이 지원을 거부하는 바람에 정총회장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끌어모은 만큼 비리의 소지가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의 수사일정과 금융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할때 이들에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나 검찰이 「파일」로 축적해 놓은채 상황변화에 대비할 가능성은 높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대한 사정이 「해결해야 할 난제」로 꼽혔던 은행합병에 대한 반발세력을 무력화시키면서 합병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마침 발족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금융개혁위원회도 은행등 금융기관의 구조개편에 대한 정책건의 방향을 당초보다 앞당겨 내놓을 예정이다.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 이석채 경제수석, 이경식 한은총재 등 정부고위관계자들이 일제히 은행합병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도 크게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부총리는 지난달 29일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금융기관간 합병을 통한 선도은행(Leading Bank) 육성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같은 날 이수석은 「관련은행 임원 연대책임」을 강조했다. 이총재도 역시 같은 날 은행합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특히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주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개혁을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유의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은행감독원의 주요채권은행에 대한 특별검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검찰수사가 은행장을 겨냥한 것이라면 은감원의 특검은 임원 및 고참부장들을 주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은행합병에 있어 가장 반발이 큰 집단임을 감안할 때 은감원의 특검결과는 이들의 목소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재경원과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은행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은행합병과 무관치 않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최근 금융권에는 4월 단행설, 7월 단행설 등 구체적인 시기까지 점치는 합병설이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일각에서는 한보사태의 정면돌파등 정국운용카드의 하나로 금융기관의 구조개편등 실질적인 한국판 빅뱅을 단행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또하나의 난제인 「은행주인찾아주기」에 대한 논란을 촉발, 때마침 가동되고 있는 금융개혁위원회의 작업과 맞물려 금융산업구조개편의 촉진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 하나, 보람 등 소위 주인있는 은행들이 이번 한보사태와 무관한 점을 들어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쪽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쪽도 한보의 경우가 바로 재벌기업의 경제력집중에 대한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누그러뜨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합병과 소유구조의 문제가 별개가 아닌 같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합병은행들은 확실한 소유분산을 통한 전문경영체제로 나아가고 나머지 은행합병군에 속하지 않는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주인을 찾아가게 되리라는 것이다.<김준수>

관련기사



김준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