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롯데百 본점 야마하매장 이태호 씨

노래 몇번 들으면 악보 없이도 연주<br>"신기한 재주로 피아노 판매사원 됐죠"


"몇 번 들은 노래는 악보 없이 피아노로 그대로 옮길 수 있어요." 한 백화점 직원이 걸어다니는 음악 재생기라는 사내외 평가를 받으며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9층 야마하 매장에서 피아노를 판매하고 있는 이태호(27)씨. 그가 연주할 수 있는 노래만 1,000 곡이 넘는다. 악보는 필요 없다. 그저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도록 서너 번 들으면 연주가 가능하다. 음감을 타고났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고 있지만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못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게 전부다. "그나마 학원도 얼마 못 가서 그만뒀죠. 피아노 선생님이 '소질 없다'는 얘기를 한 뒤 내린 결정이었죠" 그렇게 그의 머릿속에서 피아노는 사라져 가는 듯 했다. 결국 대학 전공도 중국어를 선택했다. "대학 오니까 피아노가 갑자기 생각 나더라구요. 악보도 없이 연주를 했는데 잘 되는 거에요." 그는 느닷없이 찾아온 피아노와의 재회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 후 노래만 들으면 신기하게도 피아노로 연주가 가능했다. 결국 이 청년은 '신기한 재주'로 뜻밖의 직업을 선택했다. "사실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에 연수까지 다녀왔는데도 취업이 어려웠어요." 그는 롯데백화점 입사시험에서 피아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뒤 야마하 피아노 판매직원으로 배치됐다. 아직 3개월 밖에 안 된 햇병아리 신입직원이지만 '특별한 재주' 덕을 톡톡히 봤다. "피아노를 사러 온 할머니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 묻고는 할머니가 제목은 모른다면 그냥 흥얼대는 노래를 듣고는 현장에서 즉석 연주를 해드렸죠." 할머니는 햇병아리 직원의 피아노 연주실력에 반해 야마하 피아노를 구입해갔다. 매일 피아노에 둘러싸여 사는 그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고 했다. "디지털 피아노를 집에 들여놓고 싶어요." 피아노가 물리지 않냐고 묻자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그가 말했다. "그냥 피아노가 좋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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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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