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타고르 고향서 쓴 시인 곽재구 산문집

■ 우리가 사랑한 1초들 (곽재구 지음, 톨 펴냄)


"하루 24시간 8만6,400초를 다 기억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때였지요. 내게 다가오는 8만6,400초의 모든 1초들을 다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1초는 지금 누구와 사랑에 빠졌는지, 어떤 1초는 왜 깊은 한숨을 쉬는지 다 느끼고 기억하고 싶었지요. 그런 다음에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사평역에서','포구기행'의 시인 곽재구는 그래서 시성(詩聖) 타고르의 고향인 인도 산티니케탄으로 "오래 묵힌 마음의 여행"을 떠났다. 벵골어를 익혀 타고르의 시편을 직접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이어진 여행에서 그는 오히려 "대저 시가 무엇인지요? 그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아니겠는지요"라는 깨우침을 얻었다. 그리하여 시인이 9년 만에 내 놓은 신작은 '시집'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산문집'이 되었다. 책에는 산티니케탄에 머물면서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곳 사람들을 통해 깨달은 소박한 삶의 지혜들이 담겼다. 시인이 묘사하는 산티니케탄은 우리네 1960년대 농촌과 비슷한 풍경이다. 어느 날 짜이(차)가게 앞을 지나는 그에게 인도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손짓해 차를 대접한다. 그날 밤 옥상에 누워 별을 보던 시인은 8년 전 이곳에서 머물던 때 맨발의 어린 소녀에게 신발값을 주었던 사실을 기억해 낸다. 시인은 잊었지만 '론디니'라는 이름의 소녀는 그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인연') 타고르의 시 '황금빛 배'를 떠올리게 한 종이배를 파는 소녀, 자전거 택시를 모는 기사들인 '릭샤왈라'의 사연들, '마시'라 불리는 가정부들과의 일화 등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어느 시 못지 않게 곱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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