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낙관만 할수 없는 세계경제

엔화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로서는 일단 다행스런 일이다. 엔화는 5일 도쿄외환시장에서 1년반만에 달러당 110엔대를 기록했다. 지나친 원화강세를 걱정하던 우리로서는 한숨을 돌릴 여유를 갖게됐다. 원화강세속에서 엔고가 지속되면 수출경쟁력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엔고가 지속되느냐는 점이다. 현재의 엔고는 미국경제의 둔화조짐에 따른 반사적인 측면이 강하다. 일본경제가 올해 만족할만큼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일경제의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달러와 엔화 환율은 춤을 출 가능성이 높다. 수출확대를 위해 환율관리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어야 될 우리로서는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세계주요 경제연구소들도 환율의 급격한 변동가능성을 올해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중의 하나로 들고 있다. 선진국간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올해 세계경제가 침체를 보이면 나라마다 무역장벽을 쌓으려 할 것이 뻔하다. 수출에 경제회복의 승부를 건 우리로서는 또하나 불리한 대외경제여건이 아닐 수 없다. 통상교섭본부가 최근 발표한 「98년 주요국 통상환경 보고서」는 우리의 수출환경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무역분쟁의 틈바구니에서 수세로 밀려서는 안된다. 공격적인 통상외교로 부당한 무역장벽에는 정면승부를 벌여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환경의 악화조짐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은 아직도 여전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다. 선진국들이 지난해 금리를 일제히 내려 국제금융 안정회복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의 주가폭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개도국의 금융위기로도 휘청거린 세계경제가 선진국들의 증시붕괴까지 겹치면 온전할 리는 없다. 외환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예고로 들떠 있지만 이같은 엄청난 불안요인이 잠재해있기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초강세를 보이며 성공적으로 출범한 유로화의 향배도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않다. 달러화 독주의 제동은 우리의 운신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지만 아시아에 몰렸던 국제자금이 유럽으로 빠져나갈 경우 또 한번 금융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으나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상한 유로화가 엔화의 입지를 약화시켜 엔화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질서 재편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되는 것은 정부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금융질서의 큰 파고에 능동적으로 대응치못해 겪어야했던 환란의 실책이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99버그나 Y2K문제도 더이상 미적거리면 큰 화를 자초할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회복여부는 대외경제환경에 효과적인 대응에 달려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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