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뒤틀린 사학계, 사라진 뿌리

[동십자각] 뒤틀린 사학계, 사라진 뿌리 오현환 기자 hhoh@sed.co.kr "고구려 역사는 물론 고조선 역사도 중국의 역사다." "고려ㆍ신라ㆍ백제 역사도 중국 역사의 일부다." 중국 측의 고대사에 대한 주장이 날로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가 주도의 동북공정ㆍ탐원공정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지만 근래 들어 성 단위에서 더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역사정비 작업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가득하다. 북한 정권이 무너질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남한보다 중국에 귀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일부의 우려도 이에 근거한다. 해방 후 소련군이 진주했듯이 중국 군대가 북한에 들어서면서 국제관리에 들어가고 급성장한 힘을 배경으로 임진강 이북이 중국의 역사라는 그들의 주장이 국제적인 정당성까지 확보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토란 원래 그것을 지배할 실질적인 힘과 국제적으로 설득 가능한 역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도 마찬가지다. 역사에 대한 싸움은 이처럼 영토만큼이나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학계의 현실은 너무도 안타깝다. 해방 후 52년이 지났지만 식민사관ㆍ사대사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가득하다. 한단고기ㆍ규원사화 등 우리 사서는 위서(僞書)라며 무시하고 중국 사서에 의존해 우리의 상고사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논리를 공박하기에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조선 역사는 학계에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이 이미 중국이 지방사로 삼켜버렸다. 사대ㆍ일제ㆍ분단시대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 절름발이로 형성된 학설, 주류 사학계의 구조적인 모순은 학위수여라는 고리를 통해 시대변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는 동북아에서 이대로 나가다가는 반쪽을 잃고 남은 나라마저 잃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하루빨리 만주ㆍ몽골 지역의 유물, 유적, 지방역사 기록지, 언어풍습 등 해외 자료를 대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일제 때 일본이 가져간 수만권의 사서에 대한 반환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문중에 흩어진 자료, 규장각 지하에 묻힌 자료 등 국내 자료도 샅샅이 찾아내자. 국사편찬위원회는 비주류사학계 인사에게도 문호를 적극 개방해야 한다. 정착사인 서양역사와 달리 우리 DNA에 맞는 유목 사관을 정립하는 것도 절실하다. 월가에서 세계를 조율하는 유태인처럼 세계 각지에서 뛰는 우리 겨레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류사학계의 환골탈태(換骨奪胎)와 분골쇄신(粉骨碎身)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입력시간 : 2007/10/17 17:11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