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자사업자 편법에 경종 울린 광주고법 판결

광주고등법원이 민자 도로·터널·다리 등을 관리 운영하는 업체의 자본구조와 차입조건을 악화시켜 과도한 투자수익을 챙겨온 민자사업 출자자들의 전횡에 제동을 걸었다. 지자체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자기자본 비율을 낮추고 주주차입금 이자율을 올려 3,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발생시켜 결국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광주순환도로투자㈜에 내린 광주시의 '자본구조 원상회복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우선 사회기반시설의 주무관청인 지자체 등이 갖은 편법과 꼼수를 동원하며 투자수익 극대화에 매달려온 출자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됐다.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상태가 열악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사업시행자에게 시설의 정상적 운영에 필요한 업무감독과 명령을 내리는 건 경영활동 저해행위가 아니라는 판결 덕분이다. 재무상태가 건전해야 대규모 사고나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상응하는 손해배상 책임 등을 질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민자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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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순환도로투자의 대주주가 국내에 편법적인 리파이낸싱 기법을 전파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라는 점도 그렇다. 맥쿼리는 당초 30% 가깝던 사업시행자의 자기자본 비율을 7% 수준으로 낮추고 주주차입금 이자율을 7.25%에서 10~20%로 높여 지난 10년간 1,400억원이 넘는 추가 이자수입을 올렸다. 출자사의 배만 불리는 자본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2013~2028년 3,479억원의 추가 이자까지 챙길 판이다. 맥쿼리는 이런 식으로 부산 백양·수정산 등 2개 민자 터널관리운영업체도 거덜내 부산시와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자사업자의 편법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미진한 가운데 광주시가 보여준 열정과 성과는 고무적이다. 정부도 제도를 보완하고 민자사업자와 지자체가 투자 리스크, 이익 공유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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