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가을 바람이 지난 여름의 열기를 몰아내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향방을 둘러싼 논쟁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이번 주에는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방향과 향후 1년간의 재정운영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일정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오는 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재개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이 5.3%를 기록한 데다 앞으로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급증하고 기업투자 심리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통화당국을 막판까지 고민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또 주된 물가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던 국제유가 가 안정세로 돌아섰고 해외경제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고, 주요 산업들은 잘 굴러가는지 여부를 정밀하게 진단한 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7일에는 한은이 '7월의 통화 및 유동성 발표'자료를 내놓는다. 지난 6월 시중통화량(M2ㆍ광의통화) 증가율이 7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3.0%로 떨어졌고 금융기관 유동성(Lf)도 사상 최저인 4.4%의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7월 국내 유동성에 어떤 영향을 줬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물경제 지표와 관련해선 정보기술(IT)산업 수출입동향 자료가 7일에, 자동차산업동향과 농식품수출동향 자료가 8일에 각각 발표된다.
앞으로 1년간 국가의 세수를 좌우할 세제개편안도 금주에 발표된다. 개편안은 7일 정부가 한나라당과의 고위당정을 거친 후 내놓는다. 이번 개편안은 법인세ㆍ소득세 감세 유지 여부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징벌적 과세 여부, 가업 상속 기업인에 대한 상속세 공제확대 여부 등을 담게 된다. 또 41개에 달하는 세금감면 및 비과세 일몰조항 연장 여부와 양도세 중과세율 폐지여부 등도 개편안을 통해 드러나게 돼 국내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투자심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세정책을 놓고선 기조유지를 못박고 있는 정부와 감세를 철회해 복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벼랑 끝 대치를 하고 있어 최종 결과는 유동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