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미국 쇼핑열풍의 교훈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5시 뉴욕 퀸즈의 한 쇼핑몰. 서킷시티ㆍ티제이맥스ㆍ비제이ㆍ시어스ㆍ토이저러스ㆍ올드네이비 등 미국을 대표하는 소매 업체들 앞에는 추수감사절 세일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소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한정물품을 20~80% 할인된 가격으로 사려고 며칠을 벼르던 손님들이 새벽부터 차를 끌고 나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바닥에 입김을 불어가며 줄을 서 있었다. 가계들이 문을 열기가 무섭게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가계 안으로 달려드는 소비자들 사이로 넘어지는 사람들이 속출했지만 할인품목을 먼저 잡고 ‘V자’를 그리는 승리자의 웃음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질 뿐이었다. 미국 전역에 쇼핑 열풍이 불고 있다. 추수감사절과 검은 금요일에서 시작된 쇼핑 광풍은 연말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여기저기 울려퍼지는 가운데 메이시ㆍ블루밍데일 등 유명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분주히 거리를 활보하는 소비자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소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될 정도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연말이 되면 소비는 강한 전염성을 갖고 사람들의 뇌세포에 ‘무조건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는다. 3ㆍ4분기까지 손해를 보던 소매 회사들이 연말 한 달간의 대목 동안 큰돈을 챙겨 회계장부를 흑자로 만들어버린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는 거덜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불어나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낮추면서까지 소비를 진작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소비가 미덕’이라는 강한 경제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등 일부 시의 경우 특정 기간을 ‘소비주간’으로 정하고 판매세를 없애거나 감면해줘 소비를 촉진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한 달 동안 가격인하, 경품제공, 영업시간 연장, 판매직원 확충 등을 통해 손님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쏟는다. 또 뉴욕타임스ㆍ월스트리트저널 등 신문과 방송사에 막대한 물량의 광고를 융단폭격하며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 높이기에 앞 다투어 나선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취약한 내수기반이다.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마저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내수마저 무너질 경우 한국 경제는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TV를 지켜보면서 미국의 쇼핑열풍을 단지 한차례 ‘비이성적인 과열’이라고 치부하기 이전에 ‘소비의 미덕’을 창출해내려는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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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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