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가족 의미 되새기는 설날


얼마 전 가족의 실태조사에서 가족의 범위를 묻는 질문에서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만이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친손자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명 중 1명은 배우자의 부모, 3명 중 2명은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적어도 우리세대에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중년기의 세대는 가족은 전통적 관점에서 애정을 바탕으로 한 혈연 중심의 생활공동체로 살아왔는데 산업화ㆍ도시화에 따른 가족 크기의 감소는 소가족화 내지 핵가족화 현상과 가족구성 형태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가족의 개념 인식도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가족주의는 가족 공동이익을 추구하며 나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존재해왔으나 핵가족화하면서 가족주의 가치의식가 약화됐다. 또 제도적 가족에서 우애적 가족, 수평적 가족으로 변화하면서 가부장권이 약화됐고 무자녀 가족의 증가, 출산율 저하는 자녀가치 의식의 약화를 가져왔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서울시민 65세 이상의 77.9%가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밝혔고 시민 33%가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여긴다고 응답한 것 등은 점점 더 각박해지는 사회와 공동체라는 가족의 개념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며칠 후면 설날을 맞는다. 가족의 실체를 다시 확인하는 가장 좋은 명절이다. 설은 한국의 명절 중에서 가장 큰 명절로 여러 가지가 행사가 있다. 아침에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웃어른께 세배하고 성묘를 다닌다. 설날 새해에는 친지나 동네 웃어른께도 세배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하면서 인사를 드리면 웃어른은 세뱃돈과 덕담으로 화답한다. 아빠ㆍ엄마 손잡고 온 가족이 다 함께 모든 친지를 찾아 다니며 가족의 정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적어도 설날만큼은 가족의 범위를 폭넓게 인식하고 있었다. 요즘은 사촌 간에 연애를 해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생활이 바빠지고 자녀의 진로 선택 등으로 왕래가 없고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1년 중 한 번이라도 가족친지를 찾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설 명절이 됐으면 한다. 음식장만이 힘들고 번거로우며 경제적 부담이 되고 생활리듬이 깨지는 설 명절이 싫다는 등의 이런 저런 이유로 설 명절의 세습풍속을 먼 옛날의 풍속으로만 바라본다면 가족의 범위는 추상적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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