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기가 제대로 울리지 않아 진열장의 귀금속을 털린 주인에게 경비업체가 피해액의 절반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한범수 부장판사)는 15일 금은방을 운영하는 이모씨(65)가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1억4,000여만원의 귀금속을 모두 털렸다”며 경비업체 ADT캡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비업체는 경보기기가 유사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점검 보수하고 범죄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어 “면책약관 중 구입가 15만원 이상의 귀금속은 금고에 넣어둬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를 계약시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경비업체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은방 주인인 이씨도 다이아몬드와 같은 고가의 귀금속을 금고에 따로 보관하지 않아 손해가 확대되었기에 ADT캡스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총 도난피해액에서 본인과실 비율 50%를 제한 후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서 보험사가이씨에게 지급한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이씨의 가게는 2007년 2월 해머 등으로 가게 유리문을 깨뜨리고 침입한 이들에게 털렸다. 이씨는 “가게에 설치한 경보기기에서 아무 경보음도 울리지 않았다”며 ADT캡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면책조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비업체는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