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고용 불안정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난 달 실업자 수가 다시 1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구직자를 상대로 한 중소업체나 벤처기업들의 횡포가 극심해지고 있다.정규직 채용 대신 인턴이나 계약직 등 임시직으로 뽑은 뒤 푼돈 수준의 저임금만 지급하다 몇 달 후 일방적으로 내쫓는가 하면 병역특례를 미끼로 채용을 해 놓고는 하루 15~16시간씩 일을 강요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성 취업자의 고용 여건은 더 열악하다. 노동부 중앙관리소가 지난 해 말 발표한 하반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졸여성 근로자의 절반이상이 월평균 80만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못받고 쫓겨나기도=A(23ㆍ여)씨는 지난 해 11월 어렵게 중소 건설업체인 W사에 취직했다. 현장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된 A씨가 지난 해 말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해 온 일은 사무보조 및 잔 신부름 뿐이었다.
A씨는 "취업이 어렵고 당장 일할 곳도 마땅찮아 계속 다니려 했지만 입사 첫 달을 제외하곤 아르바이트 수준의 월급만 푼돈으로 지급 받았다"며 "일도 제대로 못 배우는 데다가 어려운 회사 사정을 이유로 계속 임금을 체불하는 것은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병역특례지원자 B(21)씨는 정보통신 벤처업체인 T사로부터 특례취업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입사 후 얼마를 일한 후 알고 보니 병역특례 업체가 아니었다.
또 C(22)씨는 이미 병역특례 입학정원이 채워진 P사로부터 "곧 특례 배정인원이 늘어나면 편입시켜 주겠다"는 말을 듣고 군 입대를 연기해 가며 하루 평균 15~16시간의 고된 근무를 견뎠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2월 특례자 배정이 적게 나왔다며 C씨를 해고했다.
이처럼 중소업체나 벤처기업에서 임시직, 병역특례 등 특수한 고용조건으로 일하는 신규 취업자의 경우에 툭하면 밤샘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저임금을 받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심하게는 A씨처럼 임금까지 떼이고 쫓겨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곳에도 하소연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노동부에 신고하고 상담을=모 대학 관계자는 "요즘 졸업자들 사이에는 취업 여부를 묻지 않는 것이 일반화 돼 버렸다"며 "업체들이 이런 취업난을 악용, 낮은 임금으로 우수한 학생을 임시직으로 고용하는 횡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기상황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이 임시직 등을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 업체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고용 안정을 위해 채용 장려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고용안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임금 체불을 당할 경우 각 지방노동청의 근로감독관과 상담한 후 민사상의 절차를 밟거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임금채권 보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김정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