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최연혜 코레일 사장

"공항철도 재구조화 통해 연 3,000억 정부부담 줄일 것"

국제철도협력기구 제휴회원 가입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첫 단추

철도 물류 경쟁력 키우려면 구조조정 전에 인프라 투자 선행돼야

불법파업 법·원칙 따라 대응 당연 … 징계·손배소 예정대로 진행



"최근 공항철도의 승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통해 한 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여전히 3,000억원에 달합니다. 이 같은 정부 부담을 줄이려면 공항철도의 재구조화(SCS)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연혜(57·사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지난 27일 서울시 중구 청파로에 있는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이뤄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무구조 개선의 시급성부터 언급했다. 최근 들어 공기업의 경영정상화가 화두로 부상한 상황에서 코레일도 17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기 때문이다. 경영개선을 위해 코레일이 손을 대야 할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항철도도 그 가운데 하나다. 공항철도는 민간에서 건설한 뒤 운영하다가 수익이 나지 않자 코레일이 떠안았다. 최 사장은 "코레일 부채 가운데 2조6,000억원 정도가 공항철도와 관련된 것이어서 부담이 크다"며 "MRG로 인해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부담해야 하는 돈만도 한 해 3,000억원에 이르고 공사도 매년 670억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떤 방식이든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코레일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공항철도의 재구조화다. 재구조화 방식은 공항철도의 지분을 재무적투자자(FI)에게 넘겨 일정 투자수익만 보장해주면 되기 때문에 정부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 그는 "이 방식은 표준운영비에 미달하는 부분만 정부가 비용을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고 FI들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라며 "벌써부터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공항철도에 대한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다만 공항철도 재구조화를 민영화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항철도는 애초에 민자사업으로 운영되다가 경영이 어려워 잠시 코레일이 맡은 것일 뿐"이라며 "원래 민간에서 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민영화와 연관시켜 보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 못지않게 우리 철도의 앞날을 구상하는 데도 골몰하고 있다. 유라시아 국가 간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이기도 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현이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와 관련해 다행히 최근 좋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레일은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제휴회원으로 가입해 SRX 구현을 취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OSJD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몽골·카자흐스탄·북한 등 27개국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국제철도여객·화물운임 등과 관련된 주요 결정을 내리는 기구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OSJD 가입을 꾸준히 시도해왔고 2004년에도 정회원 가입을 신청했지만 '만장일치제'의 벽에 가로막혀 결국 좌절됐다. 최 사장은 OSJD 제휴회원 가입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휴회원은 정회원과 달리 의결권은 없지만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여러 제안을 할 수 있고 국제규약이나 통관협정·환적 등을 비롯한 모든 워킹그룹에 참여할 수 있어 실무 차원의 운영정보 습득과 기술교류가 가능하다"며 "4월 북한에서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는 한국이 정회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오는 6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장관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번 OSJD 제휴회원 가입을 계기로 우리나라로의 SRX 연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장피에르 루비노 국제철도연맹(UIC) 사무총장도 SRX의 한국 연결을 세계 철도 물류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으로 표현하며 기대감을 나타냈고 OSJD에서도 내년에 열리는 물류분과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해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세계가 우리나라의 철도 물류를 주목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 사장은 "지난해 코레일은 물류 분야에서만 4,00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다른 분야에서 나온 이윤으로 이를 메워도 영업적자가 무려 2,000억원에 달해 경영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분단으로 인해 철도가 대륙과 연결되지 못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철도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플랫폼의 길이가 짧다든지, 제대로 열차를 대고 물류를 실어 나르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구조조정 이전에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도산업 발전 로드맵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코레일은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 방안에 따라 올해 물류 부문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시설유지보수 부문까지 자회사 형태로 분리작업을 마쳐야 한다. 최 사장은 "부문별 구분 회계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 해도 올해 안에 마치기가 시일이 촉박한데 해마다 자회사를 하나씩 분리할 경우 노조와의 갈등도 예상된다"며 "자회사가 자립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거쳐 2017년 일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최 사장은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든 노조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노동조합이 건설적인 비판과 합리적인 요구를 할 경우는 과감하게 수용하겠지만 경영위기를 외면하고 공사 발전을 저해하는 부당한 투쟁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와 최대한 대화로 문제를 풀도록 노력하겠지만 그럼에도 일터를 뛰쳐나간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23일간의 파업과 관련해 노조원 징계와 손해배상 소송 등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또다시 파업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징계와 손배소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1일이면 한국고속열차(KTX)가 개통된 지 10년을 맞는다. 2004년 KTX가 개통됐을 당시 초대 코레일 차장을 지내고 이번에는 사장으로서 KTX의 10년을 맞는 최 사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한국 스스로는 고속철도 정비나 유지보수조차 못할 것이라고 봤던 프랑스나 독일 같은 철도 선진국들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자체 고속철도 기술을 개발한 우리나라의 저력을 인정하고 있다"며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경부선을 중심으로 반나절 생활권에 들었다면 올해 호남고속철도가 완공되고 평창선이 추가로 개통되면 전국 거점도시를 2시간 만에 연결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공간적 거리가 줄어들고 KTX가 정차하는 역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이 발전하는 등 한 해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3,000억원에 이른다"며 "이로 인해 지역 간 인적 교류가 활성화돼 정보격차가 줄어들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레일은 국내에서 쌓은 KTX의 성공 운영 노하우를 발판으로 해외 철도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최 사장은 "필리핀 마닐라 메트로 1호선과 사우디아라비아 남북철도 운영 사업 등 2~3개의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 사장은 철도요금 현실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2011년 5년 만에 요금이 3% 오른 후 KTX 요금이 동결돼 원가보상률이 75%에 불과한 가운데 전기료로 한 해 3,000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운영비 압박이 심하다"며 "KTX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요금 현실화는 꼭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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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충북 영동 △1974년 대전여고 △1979년 서울대 독문학과 △1982년 서울대 대학원 독문학과 석사 △1994년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박사 △1997년 한국철도대학 운수경영학과 교수 △2004년 철도청 차장 △2005년 한국철도공사 부사장 △2007년 한국철도대학 총장 △2013년 한국철도공사 사장

■용산 비역세권 분리개발 추진

"부지 소유권 확보·매각 땐 부채비율 200%이하로"


코레일은 현재 드림허브프로젝트파이낸싱투자회사(PFV) 측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69%의 소유권을 되돌려받게 되면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자산가치는 5조~6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코레일은 전체 부지 가운데 31%의 소유권을 이미 확보해 재평가 작업을 거쳐 1조7,000억원을 자산으로 반영한 상태다. 만일 드림허브 측과의 소송을 통해 나머지 69%의 지분을 반환 받으면 3조3,000억~4조3,000억원의 자산가치가 추가로 확보되는 셈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소송을 통해 용산 부지를 모두 돌려받으면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부지 69%를 추가로 찾아오고 부채규모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항철도의 재구조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442%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200%대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코레일 측은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코레일의 구상대로 역세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 30만㎡를 민간에 매각할 경우 부채비율은 200% 아래로 내려간다.

용산 분리개발 구상은 공기업 개혁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 현재 부채규모가 무려 17조5,800억원에 달하는 코레일이 대규모 개발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과거처럼 대규모 개발을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나 경제 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일단은 토지를 반환 받은 다음 여건에 따라 활용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당장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대상 부지 소유권 확보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를 상대로 토지반환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 사장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코레일은 사업 무산의 책임이 전적으로 시행자인 드림허브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드림허브 역시 반대 논리로 맞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법원은 '드림허브에 용산개발사업 무산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도 낸 바 있어 향후 본소송이 진행될 경우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책임이 아직 명확하게 갈린 것이 아닌 만큼 소송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토지소유권을 확보하더라도 민간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코레일은 올해 초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용산 부지 매각을 들면서 땅값을 3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는 장부상 가격일 뿐 코레일은 이 정도 수준으로는 땅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했다.

지난달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제안한 땅값 4조2,000억원에 대해서도 코레일은 부정적이었다. 당시 코레일은 용산 부지를 8조원에 드림허브 측에 한 차례 매각했던 상황에서 절반에 불과한 4조2,000억원 정도에는 되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2007년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지정됐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코레일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매각이 성사될 수 없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때 3.3㎡당 1억원을 넘겼던 용산역 주변 재개발 지분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역과 물건에 따라 현재 5,000만~6,000만원 정도의 매물도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2007년 당시에는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대기업들의 경쟁이 심해 과도하게 땅값이 치솟았다"며 "민간 투자자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으면 매각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대담=오철수 사회부장(부국장 대우) csoh@sed.co.kr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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