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정몽구-김우중 맞대결정세영(鄭世永)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퇴진 및 정몽구(鄭夢九)회장의 현대자동차 경영권 인수로 국내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자동차업계는 정몽구회장의 「불도저식」경영스타일과 김우중(金宇中) 대우 회장의 「롬멜식」 경영스타일을 비교하며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이 현대와 대우, 정몽구 대 김우중의 맞대결의 장(場)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30년이상 현대와 대우라는 대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직접 승부를 해보지 않았던 60대초반의 두 경영자는 이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특히 30여년간 현대자동차를 이끌어온 정세영 명예회장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경영스타일을 유지해온 반면 정몽구 회장은 「밀어붙이기」로 유명한 불도적식 경영철학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자동차시장의 격돌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내수시장의 80%를 확보하라』고 지시, 공격 경영의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다. 김우중 회장 역시 지난해부터 자동차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정회장이 자동차경영은 지난해말 맡았지만 자동차와의 인연은 30여년가량 된다. 정회장은 지난 70년 현대자동차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자동차업계에 첫발을 내딛은 후 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 경영을 직접 맡았으며 77년에는 자신이 직접 현대정공을 만들었다.
정회장은 「갤로퍼신화」를 낳았으며 우리나라 레저용 차량의 새장을 열었다. 또 지난해 기아입찰에서 정세영회장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아인수를 주도해서 업계관계자들을 놀라게했다.
현대 관계자는 『정몽구회장이 친정체제를 아직 구축되지 못해 자신의 경영구상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정세영씨가 물러났으므로 조만간 현대자동차경영의 청사진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영식」에서 「몽구식」으로 옷을 갈아입은 현대차가 곧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회장은 지난해 자동차부문 회장에 취임한이후 주말마다 공장에 내려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부품업체, 대리점을 직접 챙길만큼 열의를 보이고 있다.
왕회장을 가장 닮은 정회장은 일등정신을 추구해서 『1등이 아닌 자동차는 만들지 말라』고 주문, 주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정회장은 자신의 직계인사들을 전면배치하는 인사이동을 단행한후 공격적 경영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4일 일반에 공개된 누비라Ⅱ를 바라보는 김우중회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2년이 넘는 연구기간중에 서울에서 약속이 있을 때도 신차를 보기 위해 군산공장에 내려갔다가 약속에 맞추려 헬기로 상경하는 등 신차개발과정 내내 애착과 관심을 보였다.
대우자동차가 어려움에 빠진 지난 1년동안 김회장은 거의 부평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과거 대우조선과 전자를 회생시킨 화려한 전공이 있는 김회장은 『부도 일보직전에 간 기업이라도 자신이 손만 대면 반드시 살린다』는 생각을 신조로 삼고 있다.
김회장은 자신의 사업중에서 자동차부문에 가장 애착을 가졌으며 최근 구조조정과정에서도 대우자동차만은 세계적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회장은 방배동자택에서 한밤중에 차량내부를 들여다보며 밤새 부품이름을 외울 정도로 자동차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측근인사가 전했다.
국내자동차업계는 구조조정을 어느정도 마무리했지만 공급초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와 대우, 기아 등 완성차업계가 올해 내수 및 수출목표는 모두 306만여대. 자동차공업협회, 민간경제연구소 등의 올해 수요 예상은 내수 84만~90만대, 수출 134만~145만대 등 모두 218만~235만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내수시장의 경우 최대 수요가 90만대정도에 그칠 것을 예상되는데도 3사의 목표치가 113만5,000대에 달해 초과공급규모가 20여만대를 웃돈다.
국내자동차회사의 생산능력은 현대(기아포함)가 250만대, 대우는 150만대로 미국과 일본회사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자동차시장에서 연산 400만대이상을 생산해야 살아남을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국내 2개사중에 1개회사는 도태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계자동차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현대와 대우차를 내세운 정몽구와 김우중간의 전면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연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