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차세대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탄소섬유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삼성석유화학은 20일 독일 SGL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양측이 50대50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이번이 첫 탄소섬유 시장 진출인 셈이다.
합작법인은 공동 대표제로 운영되며 초기에는 탄소섬유 관련 제품의 수입과 판매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영업법인 형태로 출발한 뒤 추후 탄소섬유 생산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탄소섬유를 석유화학이 맡게 됐다"며 "일단 시장을 지켜본 뒤 추후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SGL그룹은 세계 탄소섬유 빅 5 가운데 하나로 탄소섬유 관련 제품의 기술과 생산기설을 보유한 전문기업이다. 최근에는 BMW와 합작을 통해 전기자동차용 탄소복합 소재를 공급하는 등 협력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이 탄소섬유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자동차ㆍ스포츠ㆍ풍력 등 산업용 소재로 탄소섬유 적용이 늘면서 조만간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섬유 기술을 보유한 SGL과 마케팅에 장점이 있는 석유화학 간에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며 "이를 통해 기존 시장 확대를 물론 새로운 분야를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이번 시장 진출은 전세계 탄소섬유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보유한 막강한 글로벌 지ㆍ법인과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세계 전자ㆍ정보기술(IT)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들이 경량화 등을 위해 탄소섬유 사용을 늘려나가고 있어 어느 기업 못지않은 판로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가 차세대 유망 사업으로 부상하면서 삼성의 진출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며 "탄소섬유의 생산도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탄소섬유 시장은 국내에서는 도레이첨단소재가 앞서는 가운데 태광ㆍ효성 등이 생산에 가세하면서 3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GS칼텍스 등 다른 업체들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탄소섬유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은 도레이 등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도레이는 40% 점유율로 세계 1위이다. 탄소섬유 생산비중은 일본이 59%, 미국 23.5%, 대만 9.3%, 독일 8.2% 등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의 탄소섬유 시장 진출로 국내에서는 삼성을 모태로 한 도레이첨단소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등도 이슈가 될 것"이라며 "삼성이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면 탄소섬유 시장의 적지 않은 지각변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