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되는 연구에 올인' 연구문화 변해야 한다

학계 "기초연구에 충실하고 몰아주기식 지원 지양해야"<br>"자체 검증, 내부 고발 시스템도 필요"

황우석 교수의 올해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황 교수 개인뿐 아니라 한국 과학계 전반의 연구 여건, 정부의 과학 정책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돈 되는' 실용적 연구에만 '올인'한 나머지 이번 사태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돈 돈' 하면서 기초연구는 경시 정부와 사회에서 실용적 연구, 산학협동,효율성만 강조하면서 기초연구를 상대적으로 경시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원이 실용연구 분야에만 쏠리고 기초연구 담당자들이 한 쪽으로 밀려나면서연구의 산업적 성과 등을 과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 황 교수가 실용화까지 많은 단계가 남은 줄기세포 연구를 마치 가까운 시일안에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활 연세대 의대 교수는 "정부 대다수 부처들이 산학협동 과제에 한해서 연구비를 지원하거나 산학협동 연구에 가산점을 주는 등 실용적 연구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면서 기초연구 학자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연구를 산업화해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고 액수도 훨씬 크니 학자들이 그 쪽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복제 연구도 현재는 완전 기초 수준인데도얼마나 산업화ㆍ실용화의 압력이 컸으면 황 교수가 환자 등록까지 받았겠느냐"고 말했다. 국내 미생물 자원을 관리하는 국가지정 미생물거점은행의 이연희 은행장(서울여대 교수)은 "국가적으로 연구용 소재를 관리하는 국내 31개 국가지정 연구소재 은행은 은행 하나당 연간 지원금이 불과 1억원"이라며 "기초 연구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면서 센세이셔널한 일부 사업만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인프라 구축, 기초연구가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가 잘돼서 연구를 하다보면 산업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인데 기초는 건너뛰고 그 이후에만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황 교수 사건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기초과학은 어느 것은 의미있고 다른 것은 사소한 것이 아니라 기초체력으로서 전반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연구는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당장의 성과보다 기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황 교수 연구가 정부내 몇몇에 의해 과대포장돼 상대적으로 그 쪽에 연구비가 많이 간 것이 사실"이라며 "나라의 과학 정책 로드맵을 그리는 과정에 과학자나 과학을 잘 아는 인사들이 적극 참여해 올바른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면정부내 소수가 정책을 좌우하는 실수 없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소외시키는 '몰아주기'식 지원 정부 지원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아래 특정 연구과제ㆍ연구자에만 집중되는 것도 다수 연구자들을 소외시켜 결과적으로 연구 성과 부풀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IMF 이전에는 개인 연구자 중심으로 연구비가 지원됐는데 IMF 이후 연구과제를 대단위로 묶어 크게 지원하면서 지원이 편중되고 실력이있으면서 소외되는 연구자들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지만 과학은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원하는 과제는 너무 적으면서 너무 많은 '뭉칫돈'이 허황되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과학자가 과학이 아니라 기금을 따오기를 고민하는 슬픈 현실이다"라고심정을 토로했다. 서활 교수는 "특히 미래성장동력 10대 과제의 경우 한 번 정해지면 10년간 계속지원받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상황을 전혀 피드백할 수 없게 돼 있다"며"정부가 연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이끌겠다고 나서다보니 교수들이 연구비를쫓아다니고 황 교수처럼 무리수도 두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검증ㆍ비판 시스템 필요 연구의 문제점 등을 내부자가 외부에 알리거나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학계의 분위기도 풀려야 할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황 교수 논문 조작에 대한 첫 제보가 학계가 아닌 방송사를 향했다는 점에서 학계가 내부 고발 등을 받아들일 시스템과 분위기를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된다. 생명과학 전공 이모 교수는 "외국은 학교나 연구기관에 연구의 진실성(integrity)을 담당하는 위원회 등 기관이 있어 이 같은 문제를 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학계 내부자가 고발을 하면 거의 '배신자'가 되겠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과학에서는 중요하다"며 "학교나 학회 등에서 연구진실성 위원회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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