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 1050원 턱걸이·1000원 붕괴 … 연초부터 시장 요동

첫 개장 거래 늘고 네고 물량 풀려 5원 내려

원·엔도 997원까지 밀려 … 수출업체 비상등

원·엔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의 외환담당 직원이 지점 등으로 내보낼 엔화를 점검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새해 첫날 환율이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새해 첫날부터 장중 1,050원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동반해서 지난해 말일 장중 1,000원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회복했던 원·엔 환율도 이내 997원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올해 일본 엔저에 속도가 붙으면서 수출기업과 국내 금융시장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50선' 붙든 외환당국=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원10전 하락한 1,050원30전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원 떨어진 1,050원40전에 개장했다. 새해 첫 개장에 거래가 활발하고 묵혔던 네고 물량이 풀리면서 환율은 장 한때 1,048원30전을 찍으며 1,050원선이 깨지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8년 8월22일 장중 1,048원을 기록한 뒤 1,050원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결국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와 1,050원선은 다시 회복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새해 첫날 1,050원이 깨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하지만 경상흑지 유지, 대기물량 부담 때문에 결국 1,050원선이 깨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빠지면서 원·엔 재정환율도 밀렸다. 오후3시 현재 엔·달러 환율이 105.31엔을 기록하면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7원44전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30일 장 초반 일시적으로 1,000원이 깨진 데 이어 세자릿수대로 내려온 것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원·엔 환율을 의식한 시장심리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쏠린 것 같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1년 3개월 새 엔화 대비 35.3% 절상=지난해 1월2일에도 미국 재정절벽 협상이 타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고 정부는 거시건전성 대책을 강화하며 시장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외환당국 입장에서 올해 상황은 더 복잡하다. 미국이 이달부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은 오는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전과 달리 국제사회는 일본의 엔저정책을 묵인하는 분위기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 경상흑자 기록으로 입지가 좁다.

과거에 비해 원화절상 속도가 너무 빠른 것도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저축대부조합(S&L)이 파산했던 제1차 엔저시기(1988년 5월~1990년 5월) 원화는 27.7% 절상됐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른 제2차 시기(1995년 6월~1996년 7월)와 일본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제3차 시기(2004년 12월~2007년 6월)는 각각 21.3%, 33.7% 원화절상 효과가 나타났다. 아베노믹스로 대변하는 제4차 시기(2012년 9월~)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미 엔화 대비 원화절상 효과가 35.3%나 된다. 수출기업의 체감속도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올해 연평균 엔·달러 환율이 105엔일 경우 국내 총수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희정 현대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수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금융·실물 부문 충격이 우려된다"며 "엔화 대비 원화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 금리인하와 함께 유동성 공급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캐리트레이드 활성화 어려울 것=엔화절하에 속도가 붙으면서 엔캐리트레이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싼 엔화를 빌려 비싼 통화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지난해만큼 캐리트레이드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캐리트레이드에 주로 활용되는 엔화·유로화·호주달러 등이 미국과 상반되는 통화정책을 쓰면서 추가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은 "한국의 펀더멘털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양호해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서 원화절상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수는 있지만 미국의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원화의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달러를 제외한 상대통화 거래는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까지 자금이 들어오는 캐리트레이드보다 단순히 외환시장 내에서의 크로스 거래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