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복지 확대 우선순위 정하라


1주일여 남은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복지 지출 확대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비롯된 반값 대학 등록금 약속이 용두사미로 그쳤듯이 지속 가능성, 다른 복지 요구에 앞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및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정치인들이 내뱉는 약속은 나라와 재정을 멍들게 할 뿐이다. 용두사미로 끝난 반값 등록금 필자에게는 늦둥이 유치원생 아들이 있다. 비싼 데 다니는 것도 아닌데 유치원비만 월 65만원가량(종일반 기준) 든다. 영어 등 특강료가 포함돼 있는데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만 5~6세 어린이는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보육료가 싸기 때문에 어린이집 중에는 "5~6세반은 운영 안 하니 유치원에 가보라"며 기피하는 곳이 적잖다. 맞벌이여서 1년 12달 늦둥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므로 1년 유치원비만 800만원가량 든다. 웬만한 대학생 1년치 등록금과 맞먹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투표권을 가진 대학생들을 의식해 반값 대학 등록금만 이슈화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거의 빠짐없이 감수해야 하는 유치원비 문제 등은 안중에도 없다. 물론 현 시점에서 빈곤 문제가 심각한 집단은 노인,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 그리고 실업자이므로 재정 지원의 우선순위는 이들에게 집중될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급여, 국민연금ㆍ고용보험 등 공적연금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갖고 있다. 노후생활에 버팀목이 될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임금 근로자의 17%, 비임금 근로자의 30%가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의 실업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제도 바깥에 존재한다. 국민연금 납부자는 해당 연령 인구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며, 오는 2030년이 돼도 국민연금 수급자는 65세 이상 인구의 57%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을 그대로 둘 경우 노인이 됐을 때 상당수가 정부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이 적거나 불규칙적인 경제활동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 자영자와 일용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보험료를 지원, 자신의 노력으로 연금을 받는 노인 숫자를 늘려야 한다. 많은 논란 끝에 노인 빈곤 완화 차원에서 지난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도 개편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에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에 해당하는 월 9만1,200원(1인 기준)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387만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노령연금에 대해서는 연금액이 너무 적어 노인 빈곤 완화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지급대상을 줄이고 지급액을 대폭 늘리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급대상과 연금액을 모두 늘리자는 주장도 있다. 후자의 경우 정부 지출 급증으로 지속 가능성이 의심된다. 국민연금 등 사각지대 해소 시급 기초노령연금액을 18만여원으로 100% 인상할 경우 신고소득 99만원인 국민연금 가입자가 10년간 보험료를 내고 받을 수 있는 연금액(월 16만여원)보다 많아 저소득층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유인이 크게 약화된다는 점도 문제다. 일하며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는 근로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현 저소득 노인층에 한해 비교적 관대하게 제도를 운영하다 향후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복지사업은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명확한 우선순위 없이 한건주의 식으로 늘려간다면 우리도 머잖아 그리스ㆍ이탈리아 등처럼 심각한 정부 부채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레임덕 초입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와 각종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이런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태생이 그렇다지만 정부는 끝까지 할 일을 해놓고 차기 정권을 맞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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