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금융개혁이 성공하려면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학회장


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그간 금융당국은 실로 열심히 일했다. 지난 2013년에는 금융감독 체계 선진화 등 금융현안을 다루는 4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고 10년 내에 금융업 부가가치를 10%로 끌어올리겠다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공표했다. 지난해는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일환으로 금융규제 개혁과 창조금융 실천을 위해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고 올 들어서도 범금융 대토론회를 여는 등 몹시 바쁜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금융은 각종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부 금융 좌우하려는 시도 멈춰야


한마디로 안쓰럽다. 당국이 지난 2년 내내 불철주야 일했지만 금융은 이렇다 할 개선 조짐은커녕 가라앉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는 당국이 금융에 내재된 근본 문제보다 드러난 현상에만 초점을 맞춰 말초적 대책을 임기응변으로 양산한 결과가 아닐까. 정부가 애초부터 금융의 미래 비전을 이해당사자들과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출하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금융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여기서 사회적 합의의 의미는 중요하다. 금융산업이 반세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처럼 금융을 맘대로 좌우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어느덧 정부와 금융은 함께 합의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협력과 견제의 관계가 됐다. 서로에 대한 정부와 금융의 역할기대가 엇갈린 상태에서 올바른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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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아직도 20세기의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50년 전의 미덕인 순발력과 추진력을 무기로 당국은 불투명성과 비전문성으로 요약되는 관치를 통해 금융산업을 쥐락펴락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의 한국 금융에는 민간의 자율성, 전문성과 판단력을 존중하는 가운데 시장을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가이드하려는 정부의 성숙한 공공 리더십이 절실하다.

실은 우리나라에도 정부의 성숙한 리더십이 돋보인 적이 잠시 있었다. 멀리 1997년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해 상반기 금융개혁위원회가 가동됐고 연말에 환란이 들이닥쳤다. 이때 금개위의 개혁안이 이미 나와 있던 덕분에 당시 정부는 환란의 와중에도 금융개혁의 중장기 청사진을 제대로 짤 수 있었다. 수십년간 모든 정책수립을 관에만 의존하던 분위기에서 당시 금개위의 구성과 편제는 파격적이었다. 금개위를 민간 전문가로만 구성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 직속기구로 편제함으로써 독립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우량지배구조로 무장한 덕분에 금개위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고 개혁은 성공했다. 이처럼 우량지배구조와 사회적 합의는 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다. 1990년대 호주 월리스위원회와 캐나다 매케이위원회의 금융개혁이 각기 세계적 성공사례로 지금껏 칭송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개위, 민간 전문가들로만 구성을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금개위를 모델로 한 '금융개혁회의' 신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회의체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금융의 미래 비전과 실행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회의가 가시지 않는다. 지난 정부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직후 민관합동의 금융감독 혁신 TF를 가동했지만 TF 자체의 불량지배구조로 혁신작업은 4개월 만에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때의 실망스러운 기억이 새삼 삼삼하다면 이것이 필자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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