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은 페가수스와 마찬가지로 상상의 동물입니다. 백마의 모습인데 이마에 길고 뾰족한 뿔을 갖고 있습니다. 유니콘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드루이드교(고대 켈트족의 종교로 영혼의 불멸, 윤회 등을 믿음)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 등장한 것이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니콘은 신비로운 전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니콘이 지닌 마력의 원천은 뿔에 있다고 합니다. 유니콘의 뿔이 사악한 힘을 막고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사람들은 유니콘을 사냥하려 했고 바이킹들은 일각고래의 어금니를 유니콘의 뿔이라고 속여서 팔기도 했죠.
없는 동물을 잡으려다 보니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유니콘이 순결한 처녀에게는 맥을 못 추고 굴복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니콘을 사냥할 때 처녀를 미끼로 삼았다는 이야기나 아름다운 여인의 품에 유순한 모습으로 안겨 있는 유니콘 그림들이 전해집니다.
원래 그리스·로마 신화에 여러 동물이 섞인 것으로 묘사됐던 유니콘은 4세기를 전후해 기독교가 유럽에 전파되면서 지금과 같은 백마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성서 속에서 유니콘은 동정녀 마리아에게 태어난 그리스도에 비유됐기 때문에 전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의 영향 아래 놓인 유럽의 여러 왕가와 귀족 가문의 문장에도 유니콘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나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상상의 동물인 '기린'이 있습니다. 사슴의 몸통에 말의 갈기와 발굽을 가졌고 이마에 뿔이 하나 달려 있으며 유럽의 유니콘처럼 역시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기린 문양은 왕의 후손을 상징해 왕자의 흉배에 수놓아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유니콘을 인도산이라고 기록한 고대 그리스의 탐험가도 있었으니 기린과 유니콘, 둘의 기원은 원래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