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팀이 최악의 성적으로 월드컵 16강전에 탈락해 국민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는데도 축구팬들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았다.프랑스 축구팀 '레 블뢰'는 덴마크전에서 패배한 다음날인 12일 에어프랑스편으로 한국을 출발해 이날 오후 5시 50분(현지시각)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프랑스팀이 전대회 우승권자로서는 지난 66년 브라질에 이어 36년만에 처음으로 본선 조별 리그전에서 탈락했으나 이날 드 골 공항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마중 나가 '전진, 레 블뢰' '고마워요, 레 블뢰'를 외쳤다.
공항에는 경찰 수백명이 배치돼 불상사에 대비했으나 축구팬들 중 아무도 난동을 부리거나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축구팬들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적, 청, 백 3가지 색깔을 얼굴에 칠한 채 국기와 선수들 얼굴이 그려진 셔츠 등을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는 팬들의 환호에 답하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공항 도착장을 빠져나갔으며 100여명에 달한 보도진과 인터뷰를 삼가했다. 도착 출구를 제일 먼저 나온 에마뉘엘 프티는 아무런 논평없이 경찰의 호위 속에 공항을 떠났으며 지네딘 지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축구팬들은 도착장에 나오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을 기다리느라 오후 7시까지 공항을 떠나지 않았다. 선수들 이외에 부감독, 의료진, 홍보팀 등 축구팀 관계자 80여명 중 대부분은 갑작스런 귀국 결정으로 미처 항공표를 구하지 못해 이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했다.
프랑스 언론은 이날까지 프랑스의 16강전 탈락에 대한 충격을 감추지 못했으나 다각적으로 패인을 분석하는 가운데 '지금은 프랑스 축구를 재건해야 할 때'라며 새출발을 촉구했다.
르피가로는 선수들의 노쇠, 전략부재, 축구의 지나친 상업화, 선수들의 투지상실 , 공격력 부족, 일부 선수의 은퇴로 인한 공백 등을 패인으로 지적하고 '이제는 유로 2004 대회를 위해 새출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프랑스팀이 너무 빨리 탈락하는 바람에 광고수입과 마케팅에 큰 차질을 빚은 방송, 협찬기업 등도 '불에 기름을 붓지 말고 레 블뢰에게 여론 린치를 가하지 말자'며 16강전 탈락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