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회장이 지난 1965년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권을 인수한 지 60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으며 한 시대를 갈무리했다. 버핏 회장은 날카로운 통찰을 기반으로 ‘가치 투자’를 몸소 실천하며 압도적인 수익률을 거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은퇴는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한층 묘하다는 평가다. AI의 투자 알고리즘이 자본시장을 지배하기 전, 인간의 힘만으로 최대 성과를 이룬 마지막 전설적인 투자가로 역사에 남을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버핏 회장의 퇴장을 뒤로 하고 사실상 새해 첫 주나 마찬가지인 이번 주에는 12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고용 지표들이 시장을 흔들 전망이다.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이 6~9일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가전 행사 ‘CES 2026’에서 선보일 각종 신기술도 월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8일 발표될 삼성전자(005930)의 4분기 잠정 실적도 반도체주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버핏, 60년 만에 CEO 은퇴…망해가던 버크셔, 610만% 수익률로 ‘세계 최대 지주사’ 등극
3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지난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 CEO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일부로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이었던 그레그 에이블 CEO가 이끌게 됐다. 앞서 버핏 회장은 지난해 2월 연례 주주서한을 통해 그해 연말 은퇴한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1965년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지 60년 만이다.
버핏 회장은 올해부터 연례 주주서한도 직접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 후계자인 에이블 CEO가 이를 대신 집필한다. 버핏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면서 올 5월 2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질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11월 10일 ‘추수감사절 메시지'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공개하고 “에이블 부회장에 대해 내가 오랫동안 누린 신뢰를 갖게 될 때까지 상당량의 A주를 보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일 CNBC가 일부 공개한 인터뷰에서 버핏 회장은 “이 기업은 내가 아는 그 어떤 회사보다도 100년 후에도 존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에이블 CEO가 의사결정자가 될 것이고, 내가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일보다 그가 일주일 안에 해낼 일이 더 많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또 “나는 미국 내 다른 최고의 투자 자문가나 다른 최고의 CEO보다도 에이블 CEO가 내 돈을 관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1930년 오마하에서 태어난 타고난 투자가다. 11살에 첫 주식을 샀고, 10대 시절 신문 배달 등으로 모은 돈으로 농장을 매입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뛰어난 사업 수완을 보였다. 버핏 회장은 1950~1951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가치 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 교수를 만나 투자 철학의 기틀을 닦았다.
버핏 회장은 1965년 망해가던 직물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 투자가의 길로 들어섰다. 코카콜라,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며 전설적인 수익률을 거뒀다. 그 사이 버크셔 해서웨이는 세계 최대 지주회사로 거듭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 회장이 이끄는 60년간 무려 610만%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평균 주주 수익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능가했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3817억 달러(약 552조 원), 주식 자산은 2832억달러(약 410조 원)에 달한다. 버핏 회장의 현재 순자산도 세계 9위권 규모인 1490억 달러(약 215조 원)로 평가된다.
단순한 원칙의 ‘가치 투자’ 대가…억만장자인데도 콜라·햄버거 즐기는 서민 생활만
버핏 회장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단순히 그가 막대한 부를 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버핏 회장은 세계적인 부호임에도 1958년 3만 1500달러에 산 고향 오마하의 평범한 집에서 68년째 살고 있다.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부를 쌓은 뒤 화려한 뉴욕에서 생활하는 월가의 다른 억만장자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누리고 있다. 버핏 회장은 명품을 멀리하고 콜라와 햄버거를 즐겨 먹는 소박한 식성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인이 버핏 회장에 주목한 지점은 무엇보다 독특한 투자 철학과 뛰어난 성공률이었다.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재가치가 확실한 기업을 발굴해 수십 년간 장기 투자하는 가치 투자 기법으로 많은 이에게 존경을 받았다. 버핏 회장은 복잡한 금융 공학 기법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원칙과 상식에 기초한 투자를 강조했다. 매년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도 어느새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모이는 축제처럼 변모했다.
버핏 회장의 뒤를 이은 에이블 CEO는 회계사 출신의 캐나다인이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히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회계사로 경력을 시작했다. 에이블 CEO는 이후 1992년 지열 발전 기업인 칼에너지(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에 합류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와는 이 회사가 1999년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로 이름을 바꾼 칼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할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2008년에는 미드아메리칸 에너지의 CEO로 임명됐다. 2018년부터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비보험 부문 부회장직을 맡았다.
에이블 CEO를 믿어달라는 버핏 회장의 신신당부에도 버크셔 해서웨이는 새해 첫 거래일부터 하락했다. 2일 뉴욕 증시에서 S&P500지수는 0.2% 상승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1.4% 내렸다.
앞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3분기 애플 주식을 추가 매도해 지분 보유량을 기존 2억 8000만 주에서 2억 3820만 주로 축소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했을 때 그 양이 9억 주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4분의 3 이상을 팔았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대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식을 43억 달러어치 새로 매집해 보유량을 1785만 주로 늘렸다.
9일 ‘금리 영향’ 12월 고용보고서 주목…젠슨 황과 리사 수의 CES 연설, 삼성전자 4분기 실적도 변수
버핏 회장이 떠난 완전한 첫 거래 주간, 월가는 쏟아지는 고용 지표에 눈을 고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7일에는 민간 고용정보 업체인 ADP의 12월 민간 고용 보고서와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의 11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가 연달아 나온다. 8일에는 지난해 마지막 주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발표된다.
이번 주 고용 지표의 하이라이트는 9일 나오는 12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다. 이는 오는 27~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도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데이터다. 시장은 12월 미국의 실업률은 4.5%, 비농업 신규 고용의 규모는 5만 5000명(11월 대비 계절 조정)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12월 9~10일 FOMC 정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상당수 연준 위원들은 데이터 부족 속에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성제적으로 단행하는 것을 불안해했다. 회의록은 “금리 동결을 선호하거나 지지한 일부 참가자들은 다가오는 회의까지 들어올 고용·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 자료가 금리 인하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3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월 금리 동결 확률을 83.4%로 반영했다.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16.6%에 불과하다.
이 밖에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5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7일 서비스업 PMI도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자료다. 9일에는 미시간대의 1월 소비자 심리지수 잠정치도 기다리고 있다.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도 금융시장에서 주시하는 행사다. 행사 시작 하루 전인 5일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리사 수 AMD CEO의 기조연설도 마련됐다. 8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잠정치도 반도체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자료다.
21세기 AI 시대를 맞아 20세기 버핏 회장의 가치 투자 정신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퇴장은 아쉽지만, 그렇기에 2026년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투자 기법의 전환기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