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를 앞세워 그리스를 넘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첫 상대인 그리스가 약점을 노출했다. 그리스는 26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알타흐 캐시포인트 아레나에서 열린 북한과의 평가전에서 정대세에게 두 골을 내주며 2대2로 비겼다. 그리스는 이날 최강의 전력을 모두 투입하고도 '인민 루니' 정대세의 스피드에 무너지는 허점을 드러냈다.
◇장신의 포백수비 허술=그리스 수비진에는 장신 선수가 유독 많다. 북한과 평가전에 출전한 반겔리스 모라스(196㎝),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193㎝), 아브람 파파도풀로스(186㎝) 등 선수 대부분이 180㎝ 중반을 넘는다.
그리스의 장대군단은 수비 상황에서 크로스를 걷어내는 데는 큰 힘을 발휘했으나 민첩성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정대세와 홍영조ㆍ문인국 등 작고 빠른 북한 공격수들에게 자주 공간 침투를 허용하며 번번이 위기를 자초했다. 정대세의 동점골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의 프리킥 기회에서 홍영조가 내준 볼을 전해 받은 정대세는 툭툭 치고 나간 뒤 강한 오른발 슛을 날려 골을 넣었다. 정대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그리스의 수비수가 한발 늦게 태클을 시도했지만 이미 슈팅을 한 후였다.
북한의 두 번째 골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대세는 빠른 속도로 측면 공간을 파고들며 박남철의 롱 패스를 이어받았고 수비수 1명을 제치고 가볍게 골을 넣었다. 정대세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그리스 수비들이 느리다"며 "이청용과 이근호ㆍ박지성 같이 빠른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면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뒤 "그리스가 우리와 경기할 때도 이렇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예상보다 전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면서도 "그리스 선수들이 소집된 지 얼마 안 돼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다"며 속단을 경계했다.
◇세트플레이는 위협적=북한과 경기에서 그리스의 두 골은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전반 2분 게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가 상대 진영 왼쪽에서 프리킥을 올렸고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가 헤딩으로 떨어뜨려 준 공을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가 차 넣어 선제골을 기록했다. 두 번째 골은 1대1로 맞선 후반 3분 카라구니스의 프리킥을 안겔로스 하리스테아스가 문전으로 달려들어 오른발로 강하게 차며 성공했다.
그리스는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수 키르기아코스가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들어가는 등 장신의 포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이 특히 돋보였다. 또 이날 프리킥을 전담하며 두 골 모두에 관여한 그리스의 주장 카라구니스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편 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 해발고도 1,200m의 오스트리아 노히슈티프트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고 벨라루스(30일), 스페인(6월4일)과의 평가전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