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출항! 한국號 어디로<2-3>] "성장우선 정책" 다시 뛰는 칠레

"이념 대립땐 경쟁력 약화" 여야 모두 경제에 최우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남미라기보다는 중부 유럽, 특히 독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칠레는 다른 남미 국가와는 달리 부정부패도 적은 데다 질서 역시 수준급이다. 일부에서는 그 이유를 지리때문으로 설명한다. 지리적으로 북부는 사막, 동부는 안데스 산맥, 그리고 남서부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남미 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상당수 칠레 사람들은 이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기도 한다. 호텔 지배인인 에스테반 꽈드라(49)는 “오늘의 칠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피노체트”라면서 “그가 인권 측면에서 비난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17년에 걸친 통치기간동안 경제를 일으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해 남미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피노체트 집권기간동안 1인 당 국민총생산(GDP) 역시 4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대통령은 지난 99년 보수우익연합의 호아킨 라빈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집권에 성공했다. 라빈은 피노체트의 경제 고문이었다. 당초 낙승을 예상했던 라고스 대통령이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선된 것은 그 만큼 피노체트,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는 과거의 경제 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라고스 대통령이 당시 유세기간동안 “과거는 과거일 뿐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이념적으로 긴장이 계속되는 사회는 더 이상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역설한 것도 이런 국내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라고스 대통령은 취임 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과감한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재정흑자기조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경제 대통령으로 평가되기도 한다.그는 특히 ‘선(先) 성장, 후(後) 분배 정책’과 실용주의 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더욱이 금융시장 개방이후 국가신용등급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이 모든 게 지난 2001년 칠레 정부가 추진한 아젠다 프로-크레시미엔토(성장우선정책)의 일환이다. 칠레 경제부의 크리스티안 팔마 아란치비아 재개발담당 과장은 “피노체트 이후 좌ㆍ우 정당 모두 중도를 지향하는 정책을 쓰기 때문에 이제는 이념적 편차도 별로 없다”면서 “특히 여야 모두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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