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번뿐인 내인생에 라이터를 켠다"

'라이터를 켜라', '300원짜리'에 목숨건 좌충우돌 연기"봉구 대사를 좀 바꿔봅시다. '너 진짜 내 라이타 안 줄거야'를 '야! 나 또 왔거든.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응'으로 갑시다. 나 절대로 라이터 안 포기한다. 지옥에라도 쫓아가서 받아낸다는 절규 같은 분위기로 갑시다. 현장 조용히 하고. 레디- 고" "컷. 김승우씨. 아니지. 너무 서두르지 말고. 카메라가 얼굴 앞까지 왔을 때 피에 사?힌 대사를 부르짖어요. 다시 갑시다" 봉구 역을 맡은 김승우씨가 두번만에 감독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이어 찰거머리 같이 달라붙은 기차 출입문에 서 있는 봉구 모습을 본 철곤(차승원)은 (기가 막히는 듯 몸을 휘청거리며) "아 저 지긋지긋한 새끼"(부하들을 향해 버럭) "저 쌔끼 좀 제발 기차 밖으로 내던져버려!"면서 봉구보다 더 진저리 친다. 경기도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한창 촬영중인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감독은 300원짜리 라이터 하나 찾으러 목숨 걸고 쫓아가는 봉구 역을 맡은 김승우씨의 연기가 잘못하면 밋밋할 수 있어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종촬소에서의 촬영장면은 양철곤(차승원)에게 빼앗긴 라이터를 찾으러 기차에 탄 봉구(김승우)가 철곤 일당에게 쫓겨났다가 필사적으로 올라타 "내 라이터 내놔라"는 장면이다. 이에 앞선 촬영장면에서 봉구는 철곤 일당에게 진탕 얻어맞어 실신할 정도다. 그래서 철곤 일당은 이제는 지놈도 어찌 못하겠지 하면서 안도 한 분위기였다. 장항준감독은 "300원짜리 라이터 하나 찾으러 목숨 건다는 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김승우씨조차 처음에 공감이 잘 안간다고 했다"면서 "300원짜리 라이터로 생각하지 않고 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내 희망이라고 가정한다면 충분히 쫓아갈 수 있다. 난 오히려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봉구는 힘있는 자들에게 전 재산을 빼앗긴 거다. 당연히 열받죠. 오기도 발동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각오한다. 우리 사회로 가정한 열차내에 어떤 위협이 닥쳤는데, 그 해결사가 어떤 힘있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가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그 우리가 봉구라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 봉구의 감정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초 촬영에 들어가 현재 60%의 촬영을 마치고 6월중순 개봉 목표인 '라이터를 켜라'는 국내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달리는 서울발 부산행 기차안에서 펼쳐지는 액션물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에 걸친 역, 기차길이 주요 촬영지가 된다. 곳곳에서 타는 많은 인간군상들의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다. 고고한 척, 침착한 척 하기란 쉽지만, 기차가 서울역을 출발하고 철곤일당이 기차를 점령하자 상황은 180도 바뀐다. '주유소 습격사건''선물''신라의 달밤'의 박정우 작가 작품답게 떠벌남(강성진), 침착남(유해진), 싸가지(김채연), 껄떡남(박제현) 등 노네임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시나리오만으로도 그들의 얼굴이 그려질 만큼 생생하게 살아있다. 장감독은 "액션 코미디 이기는 하지만 현실감을 담고 싶다. 그냥 웃기기만 하는 코미디 작품이 되고 싶지 않다. 오랫동안의 꿈이었던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인데, 잘해야죠. 특히 촬영, 조명 감독의 스탭들이 원활히 현장을 리드하고 있어 하기에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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