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은 이날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를 앞두고 연준 통화정책에 관해 공개한 사전발언을 통해 미국의 고용시장이 "완전히 회복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면서도 전반적인 경제개선을 위해 통화팽창정책을 지속적으로 축소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의장직에 오른 옐런은 당시 비공개로 취임선서를 하고 별도의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의회 청문회는 시장이 '옐런호'의 밑그림을 들여다볼 수 있는 데뷔 무대로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비상한 관심 속에 첫 공식 발언에 나선 옐런 의장은 △테이퍼링 △신흥국 불안 △미 노동시장 △금융규제 등에 대해 신중하고 균형 잡힌 태도로 일관했다.
옐런 의장은 13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사전발언 공개를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신중한 단계를 밟아 자산매입 속도를 늦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상황이 개선세를 지속하면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추가조치를 할 것"이라며 다음달 FOMC에서의 추가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제활동이나 고용이 올해부터 내년에 이르기까지 완만한 수준의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확신하며 지난해 1%에 그친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향후 수년에 걸쳐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이어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의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경제가 경기부양책을 후퇴시킬 만큼 충분히 강해지고 있고 성장을 더 견인하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그의 관점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채권매입액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출구전략을 지속하는 한편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통화정책에 대한 그의 발언은 정책의 지속성을 강조할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다.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의 토머스 시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의장이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게 통화정책 변화로 해석될 만한 발언"이라며 "의장이 된 지 겨우 열흘에 불과한 만큼 시장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시장의 관측대로 테이퍼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가는 오히려 미 경기 우려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인사들이 1월 고용지표를 함께 논의할 만한 자리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며 "옐런 의장 등이 경기전망이나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려면 추가 경기지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옐런은 또 신흥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연준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신흥국 위기 등이 미국에 심각한 위험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무난한 수위의 발언에 그쳤다.
다만 위기 전이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신흥국 불안 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페더레이티드인베스터스의 필 올랜도 수석주식전략가는 "옐런 의장이 연준 정책 변화에 따른 캐리트레이드(저금리 국가에서 조달자금으로 고금리 국가 투자) 감소와 신흥국 영향만 언급해도 보너스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