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월 2일] 대운하, 도대체 어찌 하겠다는 것인가
한반도대운하정책이 중구난방(衆口難防)이요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청와대ㆍ국토해양부에 이어 이제는 기획재정부ㆍ지방자치단체까지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은 어제 "토목사업 등을 하게 되면 민간이 들어와 투자하게 되고 물류ㆍ관광 측면에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가라앉고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충정으로 보이지만 자기 부처 소관이 아닌, 그것도 민감한 사안을 거론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어떤 식으로든 살려보겠다는 충성경쟁으로 비친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전국 시도지사회의를 앞두고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낙동강부터 추진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지사는 "다른 지역에서는 운하를 건설하지 않더라도 낙동강만이라도 추진해 경남이 모델케이스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치수사업에 어차피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면 낙동강부터 운하를 해보자는 취지이지만 다른 지자체의 경쟁심을 촉발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이처럼 중구난방식 주장이 계속되고 논란이 일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어제 입장을 밝혔다. "민간사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내면 타당성ㆍ적합성을 검토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의 입장표명에도 혼란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정부가 벌이는 국책사업인 대운하사업을 민간이 먼저 요청해오면 그때 검토하겠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선생님이 숙제도 내주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숙제를 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는 셈인데 납득하기 어렵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대운하개발 효과의 득실을 떠나 이제는 당정청(黨政靑)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여론을 떠보기 위한 애드벌룬 띄우기나 민간에게 책임을 넘기는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 애매모호한 표현은 국민을 속이고 소모적인 국론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게 떳떳하고 제대로 된 정부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