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최영환씨(47세)는 최근 일본 도요타 주식을 살까 고민 중이다. 앞으로 실적이 개선되며 주가가 상승 곡선을 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사는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일본 증시 투자가 수수료가 비싸고 절차가 복잡해 선뜻 사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9월부터는 이 같은 불편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ㆍ일 주식 교차거래가 시작돼 국내에서도 일본 주식을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교차거래는 투자자 편의성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자금의 유입이 늘면서 국내 증시의 외연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와 도교증권거래소그룹(TSEG)이 양 거래소간 시장연계를 골자로 한 협약서(MOU)를 체결하면서 한ㆍ일 교차거래의 길이 활짝 열렸다. 전문가들도 거래비용이 줄고 투자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국간 자본 교류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증권업계는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 동안 비싼 수수료가 일본 증시 투자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일본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국내 주식을 매매할 때보다 최대 3배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국내 주식을 온라인에서 매매할 경우, 수수료는 거래대금의 0.1~0.15% 수준이지만 일본 주식은 0.9% 가량의 수수료를 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제휴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와 시세를 보여주는 비용 등 기타 비용이 들어간다”며 “때문에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 수수료가 비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거래소간 교차거래가 실시되면 해외 증권사라는 거래의 한 단계가 사라져 투자자들로서는 거래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시를 양 거래소에 같이 등록하게 돼 투자자 보호에도 긍정적이다. 황성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그 동안 지출되던 정보이용료가 사실상 없어진다고 봐도 된다”며 “일본 주식 거래와 관련한 핵심 인프라가 구축됨으로써 투자자들의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한층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인하와 투자 대상 확대 등의 효과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양국 거래소의 외연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수수료가 내려간다는 측면에서 국내는 물론 일본 투자자들이 양국 증시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투자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부분에서 이번 한ㆍ일 교차거래가 양국 증시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ㆍ일 교차거래가 성공적인 시작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면 금융감독당국에 ID를 등록해야 하다’는 규정이다. 현재 국내 투자자의 경우, 일본 증시에 투자할 시 증권사의 공통 계좌를 사용한다. 특별히 ID를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셈. 반면 일본 투자자는 국내에 투자하려면 ID를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황 상무는 “ID 등록 문제는 금융당국과 조율해야 하는 문제”라며 “형평성 측면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양측 거래소가 상호간 주문전달(Order Routing)에 대한 시각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앞으로 논의해야 할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