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가능 난자규제…'반쪽연구' 우려

국가생명윤리심의휘원회의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 제한적 허용으로 1년 가까이 중단돼온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국가생명위가 생명윤리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한 것은 국가 미래성장동력과 전략산업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연구용으로 쓸 수 있는 난자의 범위에 상당한 규제를 가했다는 점에서 생명윤리계와 과학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연구가 재개되더라도 난자 2,000개를 사용하고도 단 1개의 줄기세포주도 확립하지 못했던 황우석 교수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구사용 난자 5개 범주로 제한=국가생명위가 23일 최종 확정한 ‘제한적 허용’의 골자는 불임 클리닉 등에서 체외수정을 할 때 수정되지 않아 폐기 예정인 난자 등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팀의 한 관계자는 “난소적출 난자 등 현재 5가지 케이스를 중심으로 난자 허용 범위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크게 ▦체외수정(시험관 아기)시 수정이 안된 난자 ▦난소 적출시 난소에서 체취한 난자 ▦미성숙 상태로 유지돼 있는 난자 ▦배아 생성을 위해 동결보존 중인 난자 ▦적절한 공여 대상이 없는 난자 등으로 연구에 쓰일 난자의 범위를 한정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난자를 사용할 경우 연구의 질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난소 적출시 얻는 난자의 경우 난소를 적출할 정도의 여성은 대부분 큰 병을 가지고 있는 40대 후반이나 50~60대 여성이다. 폐경기에 다다랐거나 이미 폐경된 난소 조직에서 나오는 노화된 난자를 연구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한번 체외로 나온 난자는 24~36시간 후면 죽게 되는데, 이미 15~16시간 동안 진행된 수정작업에서 나오는 실패한 난자를 가져가서 사용하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비판이다. 정형민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소장은 “체세포복제배아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 일부 주의 경우 연구용 난자 범위에 대한 규제보다는 연구자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환자ㆍ기증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았는지를 통제하고 있다”며 “우리도 난자 소스에 대한 규제보다는 기증자들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기증을 받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리 논쟁 여전히 불씨 남아=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국가생명위 민간위촉위원(생명윤리계 7명, 과학계 7명)간에 연구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팽팽한 대립이 계속돼왔다. 이 때문에 국가생명위는 이날 회의에서 서면표결로 의결방식을 정했지만 종교ㆍ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생명윤리계 의원들은 “이처럼 중요한 사회적 쟁점을 표결로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표결에 전원 불참했다. 결국 정부와 과학계 인사들의 의견만 반영된 반쪽짜리 의결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추후 생명윤리법 개정과정에서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비, 입법과정에서 별도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종교계에서 제기되는 윤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연구를 신청하는 기관에 대해 승인 심사를 엄격하게 실시하는 한편 ‘배아수정관리본부’를 설치, 연구용으로 기증되는 난ㆍ정자를 관리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의결을 토대로 생명윤리법 개정 절차를 조속히 추진,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본격 재개할 계획이다. 줄기세포 연구 올 8,515억 지원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 육성 차원에서 줄기세포를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를 열고 생명공학(BT) 육성을 위해 줄기세포 연구에 올해 모두 8,515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2007년도 생명공학육성시행계획'과 '2007년도 줄기세포연구시행계획'을 심의, 확정했다. 시행계획에 따르면 과기부ㆍ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 및 정부출연 기관이 올해 줄기세포 연구에 총 342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이를 부처별로 보면 과기부 181억원, 복지부 112억원, 산업자원부 40억원, 농림부 11억원 등이다. 영역별로는 연구개발에 276억원, 인프라에 59억원, 법ㆍ제도 개선 부문에 6억원이 투자된다. 이와 함께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60억원,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257억원, 생명윤리 등에는 25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투자 규모가 큰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경우 특히 질병과 병원 중심의 응용연구 강화를 통해 실용화 성과를 거두는 데 초점을 두고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