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업부제 통한 신규사업」 규제(논쟁)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이 불공정행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재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사업부제 방식을 이용한 대기업의 중소기업영역 진출을 경쟁을 저해하는 탈법행위의 하나로 보고 시행령에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이에대해 재계는 30대그룹 공정거래담당 실무자들이 전경련회관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정부의 사업부제 규제가 창의적인 기업활동과 자율경영을 침해한다며 이를 철회하도록 국회와 관계부처에 건의문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의 기고를 통해 양측 주장을 정리한다. <편집자주>◎찬성/“문어발식 확장은 안된다”/경제력 집중 따른 효율저하 제동필요/규제신설 아닌 탈법유형 제시에 불과/위장 계열사 횡포·중기영역 침범등 차단 당연 공정거래법 제15조는 「누구든지 기업결합 제한(제7조), 지주회사금지(제8조), 상호출자 금지(제9조), 타회사 출자총액 제한 및 계열회사 채무보증 제한규정(제10조 및 제10조2항)을 면탈하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탈법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탈법행위 금지조항은 그동안 경제력집중억제 관련 법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언적 조항으로서 운영되어왔으나 최근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각종 탈법적 행위가 증가되어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특정금전신탁을 통하여 특정회사 주식을 사실상 취득한 사례가 최근 적발되어 8개 업체가 시정명령받은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계열회사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 소위 위장계열회사를 통하여 타회사 주식을 취득하거나 채무보증을 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또한 이번 법개정안에서 기업결합제한제도를 강화,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를 신설하거나 인수하는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조항의 신설과 관련,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에서는 대기업이 해당규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사내에 사업부를 신설하여 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할 경우에도 기업결합으로 보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보완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결과 명백히 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현행 규정에 의해서도 탈법행위를 금지하거나, 또는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검찰에 고발하여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며, 실제에 있어서도 탈법행위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당해 기업에 법률의 취지 및 법위반 내용을 설명함으로써 법위반이 되지 않도록 지도해왔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탈법행위가 증가할 우려가 있어 법집행을 엄격히 하여 관련규정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사업자들에게 탈법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법위반을 사전에 방지하고 법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법률에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신설하며 시행령에 구체적인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정거래위윈회의 법개정 추진과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기업의 사업부제에 의한 신규사업 진출을 규제하려는 것으로서 새로운 규제의 신설이다,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제약하는 것이다, 법률에 규정해야 할 사항을 시행령에 백지위임하는 것이다는 등의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법개정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 내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째로, 탈법행위는 법령에서 이미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다른 적법행위의 형식을 빌려서 제한 또는 금지규정의 적용을 면하고자 하는 행위이며 탈법행위 금지규정은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일본과 같이 명문으로 탈법행위 금지조항을 운영하거나, 또는 미국과 같이 포괄적인 규정으로 금지하는 등 어느 나라에서나 이를 금지하고 있다. 둘째로,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은 개별 법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위법성 요건의 범위 내에서 설정하는 것이지 위법성 요건을 시행령에서 신설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률에서 규정해야 할 사항을 시행령에 백지위임하는 것이다, 위헌이다 하는 등의 논의는 시행령 개정안이 성안된 경우 그 내용이 개별 규정상의 위법성 요건을 일탈한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으나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현단계에서는 논의될 사항이 아니다. 셋째로,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영업활동이 경쟁을 제한하거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킴으로써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저하케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현행 법률에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금지한다든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등 기업의 영업활동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 것이며 이러한 규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설정하려는 것이다. 넷째로,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은 공정거래법 제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출자제한, 채무보증 제한, 기업결합 제한 등의 규정을 면탈하기 위한 모든 탈법적 행위에 대해 설정되는 것이지 기업결합 제한규정에 대한 탈법행위에 한하여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두고자 한다. 따라서 단순히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의 설정근거만을 신설하는 현단계에서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시행령의 내용이 불합리 또는 위법할 것이라는 우려만을 갖고 근거규정 신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서동원 공정위 독점국장> ◇ 약 력 ▲52년 부산생 ▲서울대 법학과 ▲기획원 방위예산담당관, 재경원 중소자금담당관 ◎반대/“기업하지 말라는 얘기냐”/세계서 유례 없는 경쟁제한 조항일 뿐/창의적 경영·기업가 정신 등 위축 초래/시행령에 형벌요건 위임 죄형법정주의 위배 정부는 사업부제 방식을 통한 대기업의 신규사업진출을 규제하기 위한 근거법을 확보키 위해 공정거래법 15조2항(15조1항의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삽입했다.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은 이미 규제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사업부제 방식은 이 규제를 회피하려는 유형으로 보아 다시 규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를 보는 경제계의 시각은 충격적이다. 규제완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왜 어이없는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가 하는 탄식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기업의 합병, 신설이나 계열회사에 대한 임원의 파견, 겸임도 아닌 기업내 신규사업진출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사업부제 방식에 의한 신규사업 진출은 경쟁제한과 상관이 없는 기업의 내부문제다. 사업부제를 통한 경영관리는 무한경쟁시대하에서의 기업생존을 위한 자구적 수단이며 기업의 원천적이고 본질적인 경영활동이다. 그런데 이런 사항까지 규제한다면 기업경영 의욕은 메말라버리고 만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구조조정 등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추진해야 하는데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사업까지 규제를 받다 보면 기업의 창의적인 노력은 위축되어버릴 것이고 결국 그동안 우리 경제의 견인적 기능을 했던 기업가정신은 쇠퇴해버릴 것이다. 정부는 경쟁제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제한다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러한 규제 자체가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 되고 이것이 경쟁을 제한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사업부제에 의한 신규사업진출을 막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외시장이 무차별적으로 개방화된 현시점에서는 기업의 신설이나 사업부제에 의한 신규사업진출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경쟁촉진형 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진입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경쟁을 촉진해야 할 공정위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제적 폐해도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의 근거조항 설정이 헌법의 규정 및 취지와 위배된다는 점이다. 15조 탈법행위의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법66조에 의해 처벌받도록 하는 형벌규정이 있기 때문에 15조2항을 신설, 시행령에 그 형벌의 요건을 백지위임할 경우 법에서 직접 규정해야 할 형벌요건을 시행령에 맡기는 것이 되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헌법 제75조에서 규정하는 시행령위임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시행령에서 무분별하게 형벌요건을 확대, 신설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으며 이와같이 형벌의 구성요건을 법에서 명시치 않을 경우 국회의 입법심의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과거 경제개발시대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입법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경제법령의 투명성제고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위계가 전도된 상하위법령체계를 개선하고 불투명하거나 애매모호한 법령의 용어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행정기관의 부조리를 예방하고 자의성 개입 여지를 배제하려는데 그 기본취지가 있다. 이러한 정부시책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는 차에 법률에 직접 규정하여야 할 사항인 형벌요건을 시행령에 전부 위임하려는 공정거래법개정안의 내용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사업규제는 규제설정의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경쟁을 오히려 제한하고 기업의 창의와 활력을 죽이며 사업의 신속하고 유연한 전환을 해쳐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또한 이 규제를 위한 근거규정을 시행령에 백지위임함은 위헌의 소지가 뚜렷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이형만 전경련 규제완화실장> ◇ 약 력 ▲50년 전남 여수생 ▲연세대 경영대학원 ▲전경련 조사과장,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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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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