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9일 국내에 불법 체류중인 조선족 동포들이 국적회복을 요구하며 16일째 단식농성을 하는 현장인 서울 구로6동 서울조선족교회를 직접 찾았다.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각별한 관심과 위로`를 표현한 것 외에 해결방안 등의 선물은 내놓지 못했다. 때문에 청와대 참모진도 한때 말렸지만 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이날 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이날 100여명의 조선족 동포 여성이 모여 있는 1층 숙소를 찾자, 이곳은 금새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주세요”라며 울음과 호소로 가득 찼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내가 여기 왔다고 해서 특별히 큰 기대는 갖지 말라”, “대통령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다독이는 것 외에 특별한 말을 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대신 안타까운 마음을 한껏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가 (중국에) 가고 싶어서 간 것은 아니고 민족의 운명이었다”며 “당장 안 풀리더라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울 방법이 없어서 (내가 오면 오히려) 문제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며 “그러나 마음이 아프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서 왔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 때 한국 여성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중국동포의 국적사건을 맡았지만 국내법뿐 아니라 중국의 주권 문제 때문에 안되더라”며 “그때부터 해결하리라 맘 먹었는데 대통령이 되고도 안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 조그만 틈새를 열어서 그 전보다 좋아진 만큼 방향을 크게 잡고 가면 길을 열어내지 않겠나 싶다”고 다독였다. 30분간 이뤄진 방문 이후 16일째 단식농성을 해오던 조선족 동포 80여명은 단식을 풀었다.
노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서는 “조선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냈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그러나 실질적 해결책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의 방문은 기대치만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조선족 동포의 국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