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31일] <1307> 나우루 공화국


1만7,000달러. 태평양 한복판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Nauru) 공화국의 1981년도 일인당 국민소득(GNI)이다. 요즘 기준으로는 그저 그런 정도의 소득이라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부자나라로 꼽혔다. 우리나라가 1,088달러, 일본이 9,834달러였던 시대였으니까. 울릉도의 3분의1 면적에 인구 1만명 남짓한 나우루를 부국의 반열에 올린 것은 똥. 바닷새의 배설물이 수백만년 동안 쌓여서 형성된 인광석 덕분이다. 나우루가 최상품 비료와 각종 공업용 원자재로 쓰이는 인광석이 주는 풍요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것은 1968년 1월31일 독립 이후부터. 신생 나우루 공화국의 정부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인광석을 마구잡이로 개발해 교육에서 치료, 노후까지 모든 것을 국가에서 책임졌기 때문이다. 세금도 없었던 나우루는 유토피아였을까. 정반대다. 국민들은 노동을 잊고 성인의 90%가 비만증에 걸렸다. 사람들은 간단한 쇼핑에도 람보르기니 같은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녔다. 나우루의 번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광석 자원이 고갈된 탓이다. 이미 베짱이로 변해버린 국민들은 생활이 어려워져도 일하기보다 정부를 원망했다. 2006년에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2,5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도 파탄 직전이다. 호주가 나우루에 세운 국제난민수용소 사용료 수입이 끊기면 국가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지구 온난화로 섬 전체가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나우루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는 모든 인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천만년 동안 퇴적된 지하자원을 순식간에 써버린 ‘문명국가’들과 나우루가 다른 게 무엇인가. 환경파괴로 인한 재앙이 눈앞에 닥친 나우루와 지구촌 전체의 처지는 또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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