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쟁은 역시 오일 전쟁(?)
미ㆍ영 연합군이 개전 초기부터 이라크 남부 유정 방화 ㆍ파괴 방지에 극도의 신경을 쏟고 있는 등 온전한 유정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른바 이번 전쟁이 대 테러ㆍ대량 살상무기 해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시작됐지만 실지로 석유를 둘러싼 전쟁이라는 그간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개전 당일인 지난 20일 이라크 남부 유정 곳곳에서 이라크군의 방화로 보이는 붉은 화염이 치솟자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 장관은 `범죄 행위`라고 맹비난하며 미 정예 특수 부대를 신속 투입해 주요 유정 사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습과 함께 수천명의 경보병 부대를 북부 이라크에 침투, 역내 유전을 장악해 쿠르드족 등 이라크 내 종족들을 떼어놓고 바그다드로의 남진을 서두르는 등 이라크전 승리 못지 않게 주요 유전 거점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라크내 확인된 석유 매장량은 1,125억배럴로 사우디(2,600억배럴)에 못미치지만 잠재 매장량은 3000억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석유 수출량의 35%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이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미국의 에너지 수급환경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석유 수입량의 6분의 1을 사우디 한 나라에 의존해 수급 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했으나 이번 이라크 독식(?)으로 안정적인 원유시장을 확보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라크에 미국식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설 경우 사우디 카타르 등에 왕조 중심 국가에서 서구식 정권이 들어서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 중동의 석유시장에 효율적인 입김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