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특별기고] 우리가 써 나가는 세계 조선산업史

오는 15일은 ‘조선(造船ㆍshipbuilding)의 날’이다. 우리 조선업계의 수주량이 사상 최초로 1,000만톤을 돌파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선의 날’이 어느덧 4회째를 맞게 된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조선업계는 세계 조선시장에서 수주부터 건조까지 모든 면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지난 1974년 조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 땅에 최초의 현대식 대형 조선소를 건설한 지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 어디서나 ‘조선’ 하면 바로 ‘대한민국(Korea)’이 연상되고 국내 조선소 순위가 바로 세계 조선소 순위가 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가 돼 세계 조선산업 역사를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조선소들은 세계 각지에서 ‘조선 한국’을 찾아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 척당 가격이 2,500억원이 넘어 ‘선박의 꽃’이라 불리는 LNG운반선의 경우 지난해 전세계 발주물량 34척 중 27척을, 올해 상반기에는 13척 모두를 우리가 도맡을 정도이다. 주문이 워낙 많다 보니 단순히 수주물량을 늘리기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만 골라 수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산업이 더욱 질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조선 한국의 괄목할 성과는 세계 경제 호조세 및 물동량 증가에 따른 컨테이너선 수요 증가, 해상 오염 예방을 위한 국제해사기구(IMO)의 이중선체구조(double hull) 의무화에 따른 유조선 대체수요 발생 등 외부 환경 변화도 한몫했겠지만 석유 파동에 따른 세계 조선시장의 장기불황과 외환위기와 같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와 인재 양성을 아끼지 않은 조선업계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노조, 조선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묵묵히 일해온 수많은 기자재업체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조선산업의 화려한 성적표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LNG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지나치게 편중된 생산구조와 취약한 내수 기반으로 인해 세계 조선시장 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하며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 기술이나 외국산 부품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국이 2015년 세계 1위 조선산업국을 목표로 현재 1,250만톤 수준인 건조 능력을 2010년까지 4,000만톤으로 3배 이상 증설하는 것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박차를 가하며 우리를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도 조선입국을 부르짖으며 조선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모든 정책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구도 속에서 조선 한국이 세계 조선산업을 계속 선도해가기 위해서는 뛰어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꿈의 선박’ 크루즈선과 ‘바다위 첨단공장’ 해양플랜트와 같은 고부가가치상품을 개발해 주력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특히 크루즈선은 3,000명 이상이 승선하는 초대형 유람선으로 1척당 가격이 5억~10억달러에 이르러 LNG운반선보다 3배 이상 비싼 초고가 선박이다. 배 안에 호텔급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크루즈선 건조시장이 활성화되면 주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해 단순히 배를 잘 만드는 수준을 넘어 배를 창조하는 차원으로 기술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향후 선박 수요가 위축되는 날이 오더라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격ㆍ비가격경쟁력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관련 기자재산업도 함께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조선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배를 만드는 데는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관련 기자재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담당하고 있어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배를 잘 만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기자재를 잘 만드는 중소기업이 함께하게 된다면 조선산업이 국내외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바다가 있는 한 배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자랑스러운 조선 한국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모두의 역량을 집중해 우리 조선산업이 세계 조선산업사에 영원한 1등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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