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도 전문경영인제도 도입 잇따라현대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최근 중견기업에도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거나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하는 업체가 급속히 늘고 있다.
반도체검사장비업체인 디아이의 박기억(朴基億)회장은 9일 회사창립 45주년을 맞아 중대발표를 했다. 자신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최명배(崔明培)부사장을 대표이사사장으로 승진발령,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천명한 것.
崔사장은 디아이 입사전 삼성전자에서 20년간 일했던 반도체장비업계의 베테랑이다. 그는 앞으로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면서 회사를 총괄 지휘하는 박원호(朴元浩) 대표이사부회장, 엔지니어링 사업본부를 담당하게 되는 대표이사 부사장등과 삼두마차를 형성하게 된다.
세풍도 지난 8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대표이사 사장에 한국제지 부회장을 지냈던 이연기(李鍊基)씨를 신임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에따라 李신임사장은 명예직으로 머물러 있는 고병옥회장을 대신해 세풍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李사장은 한국제지에서 임원생활만 30년을 지내다가 올초에 퇴사한 「제지통」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미 세풍에 출근, 업무를 보고있다.
이에앞서 지난 4월 풍산은 동(銅)제품 부문에 이문원(李文源) 부사장, 방위산업부문에 김상준(金相駿)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전문경영인체제를 출범했다.
중견 벤처기업도 전문경영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대기업의 전문경영자, 또는 엔지니어 출신등으로 영업력과 기술력을 극대화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팬택은 지난 2월 LG정보통신 단말기사업본부장이던 박정대(朴正大) 전무를 사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이달 1일 삼성전자 통신부문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이성규(李成揆) 전무를 공동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에따라 朴사장은 기존 이동전화 사업부분과 경영전반을 총괄 책임지고 李사장은 차세대 영상이동통신등 신사업부문과 팬택여신투자금융을 담당하게 됐다.
벤처1세대에 속하는 기라정보통신의 강득수(姜得秀)사장은 지난 3월 회장으로 취임하는 대신 전(前)맥슨전자 유럽PLC사장을 한동건(韓東建) 사장을 새로 영입했다. 韓사장은 맥슨의 해외법인에서 20년간 활동한 해외전문가다.
다우기술 창업자인 김익래(金翊來)회장도 같은달 회장직만을 유지한 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삼성그룹에서만 25년간 근무했던 김종환(金宗桓)씨를 신임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처럼 중견기업들이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기술, 영업등 주변여건이 급속히 변화하는데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사업영역이 확대되면서 오너 혼자의 힘만으로 회사경영을 도맡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업계의 한관계자는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모든 것을 오너 혼자 책임진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이라고 전제하고 『투명경영과 기술·영업력 향상을 위해 전문경영인 도입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영규기자SKONG@SED.CO.KR
입력시간 2000/06/0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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