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은 공소시효를 기다리는 범죄자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생존자는 55명으로 줄어들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평균 연령이 88세로 고령인데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분들이 많아 앞으로 10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 단 한 분도 세상에 없을지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해자 일본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피해자 할머니들은 천추의 한을 남긴 채 사라지게 생겼다.


역으로 일본에는 반성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뜨면 일본은 직접 사죄할 대상을 잃게 된다. 아무쪼록 일본의 양심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진심 어린 사과에 나서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일본 NHK의 모미이 가쓰토 신임 회장은 "군 위안부는 어디에나 있었다"라는 망언으로 일본 내에서도 지탄을 받고 있다. 적어도 20세기 이후 현대에 이르러 국가가 직접 위안부를 동원한 반윤리적·몰도덕적인 나라가 어디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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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는 몇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사망하고 나면 종군위안부 동원 문제도 자연스레 세상의 관심사에서 사라진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공시시효 만료를 기다리는 범죄자 꼴이다. 일본은 정녕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르고도 세월이 가기만 기다리는 무책임한 나라가 될 것인가. 일본이 간과해서 안 될 사실은 생전에 풀지 못한 한은 오래간다는 사실이다. 28일 열렸던 황금자 할머니의 영결식에서도 직접 관계없는 시민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떠나가는 혼을 달랬다. 원한도 대를 이어 기억될 것이다.

작금의 한일관계는 꼬여만 간다. 세계 각국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교과서에 명시하고 유력 인사들이 망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양국관계는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기 어렵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겸허한 자세는 과거사 반성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에도 계기가 될 수 있다. 선택은 일본의 몫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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