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 재건축 단지의 오름세가 가장 가파르고 강남구와 서초구의 상승률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입주한 새 아파트는 일주일 사이에 1억원이나 올라 평당 가격이 4,000만원에 육박했다. 강남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데 공급은 한정되다 보니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셈이다.
부동산 가격이 양극화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주거비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PIR는 우리나라 전체로는 3.8배 정도여서 미국 등 선진국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PIR는 7.7배로 뉴욕의 2.8배나 도쿄의 5.6배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그 만큼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주거안정을 위해 2012년 서울의 PIR를 5배까지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로 집값이 8% 이상 하락하거나 아니면 가구당 소득이 지금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해야 한다는 분석이어서 더욱 답답해진다.
문제는 정부가 판교와 송파 신도시 등을 비롯해 온갖 주택공급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8ㆍ31 대책으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서울의 부동산시장은 정부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의 조그만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당초 계획했던 대로 일관성을 갖고 부동산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부동산 투기근절에 대한 의지가 약화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와 관련, 현재의 수요가 실질 수요인지 투기수요인지를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투기수요가 아닌 실질수요로 인한 가격상승에도 당연히 대응하는 게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상승을 부추긴다면 이에 대한 개선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