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급락장이 오히려 투자 기회… 낙폭 큰 우량주 노려라

위기때 똑같이 조정 받아도 펀더멘털은 종목마다 달라 실적 뒷받침되는 차·화·정 조정후 제자리 찾기 빠를것 <br>주식매매 경험 적은 투자자 "당분간 관망세 필요" 의견도




▶▶▶ 낙폭과대주 무엇을, 어떻게 살까 저녁 9시 서울 여의도의 한 포장마차 안.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라는 이곳에 평일임에도 평상복 차림의 노인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최근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객장에서 하루 종일 주가상황판을 보다가 아쉬운 마음을 술로 다스리기 위해 하나 둘 발걸음을 포장마차로 옮겨온 것이다. 두려운 마음에 손절을 했건만 막상 주식을 팔고 보니 돈을 놓아둘 곳도 없다. 일단 현금은 확보했는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예금 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나 마찬가지고, 채권 수익률은 이 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주식형이 아닌, 틈새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들까 하고 수익률을 따져보니 투자 상품ㆍ지역ㆍ유형을 막론하고 도무지 수익이 플러스인 펀드가 하나도 없다. 이날 보유 종목 가운데 상당수를 손절매 했다는 한 60대 투자자는 "주가가 너무 떨어지다 보니 몇 종목을 팔긴 했는데 이 돈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은행에 넣어두려 해도 이자가 너무 낮아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평생 한번 가보지도 못한 유럽 땅에서 불거진 재정위기란 것에 속이 한번 상하고, 미국 경기 불황 우려에 다시 한번 채이고, 덩달아 흔들리는 일본에 카운트펀치까지 맞은 투자자들은 이제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안은 바로 낙폭과대주다. 분명 실적 등 펀더멘털도 우수하고, 글로벌 경기 위기에서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종목임에도 투자심리 악화 때문에 지나치게 떨어진 기업들이 현재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국내 기관과 외국인들이 매도시 대부분 기존에 수익률이 좋았던 대기업들을 위주로 집중 차익 실현하면서 나온 현상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우량주이면서 최근 낙폭이 큰 종목의 경우 단기적으로 반등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관심을 두는 전략이 현재로선 수익을 내는데 최선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식매매 경험이 많은 고수일수록 최근 이러한 전략을 통해 우량주를 적극 매집하고 있다는 증권업계의 전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되도록 실적과 성장성이 증명된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고, 변동성 장세를 감안해 단계별로 분할매수ㆍ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은퇴 후 여유자금을 한 증권사의 강남의 한 개인자산관리(PB) 센터에 맡긴 50대 박모씨는 며칠 전 이곳의 자산관리 전문가를 찾아가 주식 비중을 더 늘리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남들은 주가 폭락 때문에 다 울상 짓는데 당신은 뭐 하는 짓이냐"며 아내가 극구 만류했지만 박씨의 생각은 달랐다. 코스피지수가 1,700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그 동안 가격 부담 때문에 지켜만 보고 있던 우량 종목 매물이 상식 이하의 싼 가격에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의 수중엔 2,000선이 무너질 때쯤 차익실현을 통해 쌓아둔 현금이 충분히 있었다. 주식매매 경력만 20년으로 주위에서 나름 '투자 고수'로 불리는 박씨는 이번에 산 주식가운데 낙폭과대 우량주 가운데 일부는 지수 1,800대 초중반에서 팔고, 일부는 더 오래 보유할 생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가매수로 상당한 차익을 챙긴 그의 경험상 실적이 뒷받침 되고 성장성 있는 기업은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면 반드시 주가도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금은 글로벌 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종목이 똑같이 조정을 받고 있지만 펀더멘털은 모두 다르다"며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일부 종목은 조금씩 분할 매도에 차익을 챙기고 나머지 종목은 본격적인 반등이 나타날 때까지 묻어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낙폭과대주 일부 종목ㆍ업종에 집중=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증시 조정이 시작된 지난 2일 이후 25일까지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18.77%. 하지만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1,032개 종목 가운데 코스피 보다 하락폭이 컸던 상장사는 359곳 밖에 안 된다. 그만큼 최근 주가하락이 소수 종목에만 집중돼 나타난 셈이다. 종목별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흑자기조가 예상되는 SJM이 52.0% 내린 것을 비롯해 아인스(-40.80%), 한진중공업(-39.97%), 백산(-39.77%), 신일건업(-39.46%), 코리아써키트(-38.76%), 아이마켓코리아(-38.26%), 삼원강재(37.61%) 순으로 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7.06%나 떨어진 대한유화를 비롯해 한화케미칼(-36.02%), SK이노베이션(-33.63%), OCI(-33.61%), 호남석유(-31.66%), S-OIL(-30.35%), LG화학(-28.42%), GS(-27.77%), 금호석유(-24.61%) 등이 포진한 정유ㆍ화학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화학주와 더불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주도주로 맹위를 떨치던 정보기술(IT), 자동차업종의 주가도 최근 급격히 떨어졌다. IT업종의 경우 삼성테크윈이 33.80% 하락한 것을 포함, 하이닉스(-32.29%), LG디스플레이(-31.16%), LG전자(-31.15%), 삼성전기(-28.00%), 금호전기(-27.84%), LG이노텍(-26.81%), 삼성SDI(-25.64%), LS산전(-23.65%) 등 상당수가 25일 현재 코스피 하락률을 한참 밑돌고 있다. 자동차 관련업종 가운데서도 현대차가 같은 기간 19.96%나 내린 것을 비롯해 쌍용차(25.87%), 동양기전(-29.47%), 금호타이어(-26.84%), 화신(-26.79%), 세원정공(-25.13%), 현대모비스(-23.17%), 현대위아(-22.36%), 만도(-19.91%) 등 대부분이 코스피 수익률 만도 못한 내림세를 기록했다. 김재훈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지점 부장은 "최근 기존 주도주인 자동차와 화학ㆍ정유 등 일부 업종이 지나치게 떨어지면서 주식매매 경험이 많은 고객 위주로 이들을 저가매수 하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위기를 이용할 수 있는 투자자에겐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랑주 중 낙폭과대주 중심으로 분할 매수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솔 대신증권 연구원도 "지난 1990년부터 올해 7월까지 30년간 5일 동안 코스피가 15% 이상 집중적으로 하락한 경우를 모두 분석한 결과 주가가 하락 뒤 40거래일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낙폭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3% 이상 하락이 3일 이상 이어질 경우 낙폭과대주에 대한 매수시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하향조정 해도 싼 주식 있어= 물론 주가만 많이 떨어졌다고 낙폭과대주로 부를 순 없다. 기업실적과 성장 전망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위기가 실물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실적이 잇따라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싼 주식이 분명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재무제표 상으로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전망이 존재하는 기업 98곳 가운데 위기 직전인 이달 1일에 비해 2011년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더 떨어진 기업은 모두 72곳(73.47%)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6곳의 순이익 전망이 지난 1일에 비해 하향 조정된 점을 감안하면 그 동안 주가하락 폭이 실적 악화 전망보다도 더 크게 폭락한 셈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삼성전자(9.46배), 포스코(7.03배) 등을 비롯해 PER이 채 10배도 안 되는 종목만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개 상장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심리가 고조되며 일부 종목의 경우 지난해 보다 양호한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불투명하다는 멍에를 함께 쓴 채 주가가 청산가치 보다 못한 수준에 와 있다"며 "지난 금융위기 때 보다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량종목들을 저점 매수하는 전략도 무리가 없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곽상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 기업의 경우 이익이 하향조정되고 있다고 해도 다른 선진국, 이머징국가 기업들 보다는 절 조정되는 편"이라며 "게다가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했던 올 상반기와 달리 한국은 글로벌증시 평균 보다도 유독 주가하락이 컸기 때문에 가격모멘텀도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량 대형주 위주, 분할매매 전략으로 투자해야= 증시전문가들은 다만 같은 낙폭과대주라도 되도록이면 실적 전망 정보가 충분하고 기업성장성이 어느 정도 증명된 대형주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 동안 낙폭이 컸다고 해도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의 경우 특히나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아주 높은 장세에선 테마 열풍이나 검증되지 않은 루머에도 주가가 더 깊이 고꾸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수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주식을 한꺼번에 매입하기 보단 천천히 상황을 봐가며 주식을 분할 매수ㆍ매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하루 변동폭이 사상 최대에 달한 시점에서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초단타매매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란 설명이다. 이대상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폭락장 때 적어도 2~3개월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낙폭과대 우량주를 매입한 경우 대부분 수익을 봤다"며 "특히 대형주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비정상적으로 내려간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대형 낙폭과대주 가운데 현재 의미 있는 저점을 형성한 기업이 너무나 많은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여전히 테마성 중소형주 매매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너무 기간을 짧게 가져가진 않되 주가 확실하게 급락한 시점에서 우량주를 샀다가 누가 봐도 확실히 반등한 시점에서 파는 단기매매 전략이 현 시점에선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주식시장 상황이 아직 불안한 만큼 주식매매 경험이 거의 없거나 기업 정보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엔 낙폭과대주라도 절대 공격적으로 매집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 팀장은 "주식거래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투자자의 경우 낙폭과대주 투자 전략을 써볼 만 하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아직까진 관망하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다. 김홍배 삼성증권 SNI 코엑스인터콘티넨탈 지점장은 "경험적으로 낙폭과대 우량주를 폭락장에서 매집할 경우 반등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위험 부담을 꺼려하는 고객에겐 주식투자를 전혀 권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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