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흥국 펀드 환헤지 하나마나

원·달러 환율만 헤지에 해당국 통화는 위험 그대로… 노출형과 수익 1%P차이 그쳐



'루피아 환율이 급등했다는데 환헤지한 내 동남아 펀드는 괜찮겠지?'

혹시라도 이렇게 생각하고 마음 놓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국내 이머징시장 펀드의 대부분이 환헤지를 하더라도 원ㆍ달러 환율에 대한 환헤지는 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하는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4일 자카르타 외환시장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전날 장중 달러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인도네시아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일제히 이탈하며 루피아 가치는 올 들어서만 20% 이상 급락했다.

태국 밧화도 환율이 급등하는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게 흐르며 이 지역 펀드들의 수익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 펀드의 경우 환율의 변동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펀드별 환헤지 전략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환헤지 전략을 쓰는 신흥국 펀드들도 투자국가의 통화 변동성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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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아시아TOP-Tier증권자투자신탁H[주식-파생형]A'의 최근 한달 수익률(2일 기준)은 -7.31%를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는 태국ㆍ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가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이 상품은 펀드 이름 중 'H'라고 표시된 부분에서 알 수 있듯 환헤지형으로 분류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삼성아시아TOP-Tier증권자투자신탁UH[주식]A'는 환헤지 없이 운용되지만 같은 기간 수익률은 -8.71%로 집계됐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루피아나 밧화 가치의 폭락을 생각할 때 사실상 '환헤지'와 '환노출' 상품에 차이가 없는 셈이다.

국내 이머징시장 펀드의 경우 해외 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교환하고 이를 다시 현지 통화로 바꾸는 형태로 투자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이머징시장 펀드들의 대부분이 원ㆍ달러 환율에 대한 헤지만 할 뿐 실제 투자하는 이머징 국가 통화에 대한 환헤지는 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머징시장의 경우 선물환 시장이 잘 형성돼 있지 않아 적극적인 환헤지가 어렵다"며 "환헤지를 하더라도 비용이 크고 그동안 이머징시장 통화 환율은 원ㆍ달러 환율과 비슷하게 움직여 실제적인 필요성도 적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대부분의 이머징시장 펀드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신한BNPP봉쥬르동남아시아증권자투자신탁(H)[주식](종류A1)'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80% 수준의 환헤지를 실시하고 있다. '한화동남아시아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H[주식]종류A'도 미 달러화에 대해 헤지 거래를 한다.

김성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마케팅팀 과장은 "동남아시아 등 이머징시장 펀드는 3년 이상 장기로 보고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최근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의 환율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길게 보면 원ㆍ달러 환율과 방향성을 같이 하고 있어 환노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 시장 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동남아 펀드에서 인도네시아나 태국의 비중은 낮추고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의 비중을 높이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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