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9일 유엔총회에서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참관단체(entity)에서 참관국가(state)로 승격됐다.
중동의 역사를 잘 모르는 우리는 팔레스타인하면 흔히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라는 인물과 이슬람 테러조직 정도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65년의 긴 세월 동안 피눈물 나는 영토수복운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들이 겪은 고난의 세월을 단순히 테러활동으로 지나치기 어려워진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천년여 동안 거주해온 가나안 땅으로부터 쫓겨난 유태인들은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가나안 재정착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2차 대전 중 연합국에 전비부담을 조건으로 예루살렘 주변에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 받았고 끝내 1948년 이스라엘건국이 선포된 것이다. 하지만 가나안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선조들이 2천년 동안 살았던 영토를 빼앗기게 됐다. 호소할 데 없는 그들의 영토수복운동은 이후 40년간 4차에 걸친 중동전과 게릴라전으로 연결됐고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공인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어설프게 봉합된 영토 문제는 최근의 이스라엘-하마스전쟁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분쟁의 불씨가 돼왔다.
중동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는 대체로 나치의 박해와 이스라엘의 건국과정ㆍ농업혁명ㆍ성지순례 등을 통해 이스라엘은 좋은 나라, 팔레스타인과 그 주변단체들은 테러를 일삼는 나쁜 조직이라는 정도의 인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숨을 건 영토회복운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이들의 투쟁과정과 방식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렵게 된다.
기독교나 이슬람, 유대교 모두 동일한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는 종교이다. 차이가 있다면 예수의 존재에 관한 것으로 기독교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구세주로, 이슬람은 선지자 중의 하나로 인정하는 반면 유대교는 구세주나 선지자로서 예수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대교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이슬람도 신에 대한 복종과 자기절제, 어려운 사람에 대한 자비와 이웃사랑을 강조한다.
이스라엘의 영토수호정책과 팔레스타인의 영토수복운동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민간인에 대한 학살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이슬람 원리주의 과격단체들의 테러로 인해 이슬람 전체를 막연히 테러집단이나 악의세력으로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중동 지역의 교역과 인적 교류의 증가에 맞춰 우리 교육과정에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온 중동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균형 있게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