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봉작 흥행 ‘부익부 빈익빈’ 심화

영화가에 `스크린 독과점`현상이 이어지며 `부익부 빈익빈`움직임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흥행 기록을 경신하는 한국 영화들이 속속 등장, 풍성한 잔치를 예고하는 듯 보이지만 한쪽에서는 `어렵다`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고 있는 것. 영화별 스크린 편중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근래 들어 전반적인 불경기와 개봉시기 조율 등 몇 가지 요인이 더해지며 몇몇 `대박` 영화가 나머지 영화들의 기회까지 독점하는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영화 및 할리우드 외화를 막론하고 진행 중. 이에 따라 `영화의 다양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영화별 `부익부 빈익빈`은 우선 개봉관 수에서 확인된다. 올 가을 등장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70개 스크린)와 `황산벌`(276개)은 차례로 한국 영화 최대 상영관 기록을 갱신하며 흥행 몰이에도 성공했다. 5일 개봉할 외화 `매트릭스` 역시 국내 개봉영화 사상 최대인 364개 스크린으로 극장가 공략에 나선다. `황산벌`이나 `위대한 유산`같은 영화들은 `매트릭스3`의 열풍을 약간 비껴갈 수 있겠지만 `대형` 반열에 끼지 못한 국내 영화나 중형 구미권 외화, 일본 영화 등은 `개봉관 확보 전쟁`에 이어 입소문 나기도 전에 막을 내리는 아픔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영화가의 `몰아주기` 현상은 지속중인 경기 불황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극장 및 배급사가 상업성이 뛰어난 `될만한 영화`에 치중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가을 비수기에 하반기 개봉작이 몰린 점도 다른 요인이다. 최근 2주일 동안 새로 간판을 내건 영화는 줄잡아 20여 편을 바라보는 수준. 몇몇 하반기 대형 영화를 피하기 위해 개봉 시점을 잡다 보니 주당 5~6편 내외였던 개봉 편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또한 복합 상영관의 2개 스크린 이상에 한 영화를 배정하는 중복 상영이나 일일 상영회차 중 일부만 틀어주는 교차 상영 등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점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중복 상영이 허용되다 보니 작은 영화에도 상영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순기능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영화의 보호를 위해 이를 규제할 법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작이 아니고서는 개봉 자체가 어려워지자 이를 극복하려는 아이디어도 이어진다. 비상업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광화문 씨네 큐브도 수학능력고사를 치른 수험생에게 상영료의 50%를 할인하는 것은 물론 단체 관람 신청을 적극 받고 있다. `대박` 아니면 `쪽박`으로 흥행 성적이 극명하게 나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지속된다면 결국 관객의 외면을 자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영화인들의 생각. 관객의 다양한 볼 권리나 공정한 경쟁 등을 고려한 보다 성숙한 움직임이 기대되는 때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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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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