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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배우고 싶다" 한국에 반한 그곳
[통싱 라오스 총리-서울경제신문 사장 특별 대담] "라오스 농업 현대화·서비스·자원 개발 분야 투자 유망"한국 성장 노하우 전수 받아 경제개발에 적극 활용할 것말로 끝나는 교류 의미 없어… 고위직간 만남 자주 가져야
대담=김인영 서울경제신문 사장
정리=김현수기자 hskim@sed.co.kr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s020792@sed.co.kr
김인영(왼쪽) 서울경제신문 사장과 통싱 탐마봉 라오스 총리가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진정 사랑하는 사이라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아야 한다.' 라오스 속담입니다. 말로만 양국 우호관계를 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민관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김황식 국무총리 초청으로 방한한 통싱 탐마봉(68) 라오스 총리는 5일 김인영 서울경제신문 사장과의 대담에서 라오스 속담을 빗대 한국과 라오스 간 협력 우호 증진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전일 이명박 대통령도 "뜸했던 한ㆍ라오스 간 관계가 통싱 총리의 방한으로 다시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12월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한 통싱 총리는 솜디 두앙디 기획투자부 장관 등 정부인사 25명과 현지 주요 기업인 38명과 함께 4일 특별기 편으로 한국을 찾았다.
통싱 총리는 김 사장과의 대담에 앞서 진행된 KOTRA에서 열린 '라오스 투자설명회(IR)'의 성과부터 풀어놓았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오늘(5일) 오전 KOTRA에서 열린 IR다. 한국 기업이 라오스 정부의 정책 현황 등을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앞으로 한국 기업이 라오스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라오스의 첫 국가 IR 개최지를 한국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통싱 총리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라오스에 지원했고 또 지원을 약속한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싱 총리의 이 말에는 최근 중국의 거침없는 라오스 투자 확대정책에 대한 라오스 내부의 견제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5억4,600만달러를 라오스에 투자하는 등 라오스 내 인프라 건설을 무상으로 해주는 대신 5만명가량의 중국인이 살 수 있는 차이나타운을 요구해 라오스 내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래서인지 통싱 총리는 우리 대기업의 라오스 시장 진출에 대해 강한 희망을 나타냈다. 그는 "오영호 KOTRA 사장에게 라오스 현지 상황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한국의 대기업 대표들이 라오스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며 "또 이번 IR에는 현재 라오스에 투자하고 있는 현지 기업인들도 함께 자리했다. 그분들이 들려주는 라오스 현지 정책과 기업 성공 사례는 라오스 진출을 꿈꾸는 여타 한국 기업들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라오스는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1986년 신경제제도 도입을 기점으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 세계시장을 향해 조금씩 빗장을 풀고 있다. 올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예정된 가운데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 물류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라오스는 WTO 가입으로 투자법ㆍ관세ㆍ지적재산권 등의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할 예정이다. 또 관세 인하, 서비스업 개방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기업의 진출 분야로 통싱 총리는 ▦농업 현대화 ▦제조업 가공무역 ▦에너지 ▦서비스ㆍ관광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농업 분야, 특히 현대화된 농업 개발 프로젝트가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산업 분야, 이를테면 라오스에서 제품을 직접 제조해 해외로 수출하는 산업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204달러인 빈국인 만큼 농업생산성 확대가 해외투자 유치의 우선사업인 셈이다. 실제 최근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라오스 정부에 경작지를 임대해 커피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통싱 총리는 이어 한국 기업의 진출 분야로 "세번째는 에너지 분야, 특히 라오스의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한 수력발전이 투자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분야이다. 알다시피 라오스는 아직 서비스산업이 미약한 상황이다. 라오스를 찾는 관광객들한테 좋은 시설을 만들어주는 사업 또한 승산이 있는 투자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이미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수력발전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력수출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관광사업은 진에어가 직항 노선을 취항하며 계속 확대되고 있다. 휴양지의 시끄러움에 지친 관광객들은 라오스를 느리지만 인생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한다. 통싱 총리는 "광물자원 개발도 협력이 가능하다"며 "구리ㆍ규소 등 라오스 내에서 생산되는 광물개발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오스는 2011년에 구리 6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날 IR에서 '기회 그리고 이상(Beyond)'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은 "GMS(확대 메콩강 유역 경제협력)가 과거 독일 라인강의 기적, 한국 한강의 기적처럼 21세기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며 "풍부한 자원이 있고 코리도(경제벨트) 및 다웨이(심수항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인구 3억3000만명의 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라오스를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오 사장은 "흔히 라오스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시장성이 없다고 평가하지만 오히려 경쟁이 적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적개발원조(ODA) 프로젝트를 활용한 진출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며 라오스의 성장동력인 광물ㆍ수력발전에도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오스는 최근 들어 관광지로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통싱 총리도 라오스의 관광자원에 대해 말을 할 때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용한 나라' '쉼표의 나라'로 불리는 라오스는 2008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기도 했다. 통싱 총리는 "유서 깊은 불교 유적지부터 옛 왕조의 수도인 루앙프라방,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인 방비엔 등을 한국인들에게 꼭 한번 소개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도 라오스에는 중요한 협력사업 중 하나다. 중국 등 일찌감치 라오스에 진출한 해외 투자국들이 개발사업에 치중하며 라오스가 오히려 소외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기 때문이다. 통싱 총리는 "이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성공 사례를 얘기하며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했다"며 "라오스는 한국이 겪었던 경험 중 적합한 것을 이용해 라오스 경제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를 향해 빗장을 연 라오스는 오는 11월 48개 아시아ㆍ유럽 정상들이 참가하는 제9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개최한다. 통싱 총리는 ASEM 개최가 라오스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11월에 라오스에서 ASEM이 열린다. 물론 라오스는 아직 경험과 기술이 많이 부족한 가난한 나라다. 또 국제적인 정상회의 개최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나름대로 만전의 노력을 기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팅 홀(회의장)뿐 아니라 공항 확대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사안에 대해 각국 정부와 사전에 많은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통싱 총리는 이번 방한 결과에 대한 평가를 묻자 내내 굳어 있던 얼굴을 풀며 "흡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회담이 따뜻한 분위기로 마무리돼서 기쁘다"며 "라오스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양국 간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싱 총리는 "한국 정부는 라오스 정부가 요청한 여러 프로젝트(사업)에 한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함은 물론 앞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라오스로 여행을 많이 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약속했다"며 "말로만 관계가 친하다고 외치고 직접 방문도 안 하고 교류가 없으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이날 라오스로 돌아가는 통싱 총리에게 한국 국민과 기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청하자 그는 "몸으로 부대끼는 교류가 자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싱 총리는 "고위직들의 정기적인 만남을 비롯한 실질적인 교류가 지속되면 한국과 라오스의 우호 협력관계는 지금 보다 더 깊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 물류기지 역할… 중국 투자 힘입어 연평균 8.3% 성장
■ 라오스는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부에 있는 내륙국이다. 동쪽으로 베트남, 남쪽으로 캄보디아, 서쪽으로 태국, 북서쪽으로 미얀마, 북쪽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를 접하고 있지 않다. 1893년부터 프랑스의 보호령으로 지배를 받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연방의 일부가 됐고 1949년 7월 독립했다. 1975년 공산혁명을 통해 공산당 정권이 현재까지 집권하고 있다.
인구는 약 655만명(2011년 기준)으로 동남아 국가 중 인구가 적은 편이다. 수도는 태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비엔티안으로 전체 인구의 75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경제 현황은 국내총생산(GDP)은 79억달러로 1인당 1.204달러에 불과한 빈국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투자 확대와 인도차이나 반도의 내륙 물류기지의 역할을 하며 연평균 8.3%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1974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가 1975년 7월 라오스의 공산화로 단교했다. 이후 1995년 복교해 1996년 상주대사관을 개설했다. 교역액은 2011년 기준 1억5,800만달러로 수출이 1억5,400만달러(97%)에 달한다. 자동차ㆍ기계부품ㆍ농약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이며 우리나라는 동ㆍ목재ㆍ의류 등을 연간 400만달러어치 수입한다.
2008년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집중 지원국으로 1991년부터 2011년까지 무상원조 누계가 7,750만달러, 유상원조 1억6,000만달러가 승인됐다.
고위급 교류는 우리 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11월 아세안+3 정상회의차 라오스를 방문했으며 2005년 7월 반기문 외교부 장관, 2011년 9월 박희태 국회의장이 방문했다.
공산당 집권 국가인 만큼 북한과의 관계가 친밀하다. 북한과는 1974년 수교해 그해 주라오스 북한대사관을 개설했으며 1998년 주북한 라오스대사관이 개설돼 있다. 올해도 5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측근인 리영호 총참모장이 라오스를 방문했고 같은 달 파니 야토투 라오스 국회의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다.
◇ 약력
▦1944년 4월12일 라오스 북부 후아판 출생 ▦베트남 정치학교 수료 ▦1976~1979년 교육부 인사국장 대리 ▦1982~1983년 당 선전훈련 부위원장 ▦1984~1988년 문화부 장관 ▦1989~1991년 국회부의장 ▦1991~1992년 국회의장 대리 ▦1992~2002년 당중앙위 인사위원장 ▦2002~2006년 비엔티안시장 ▦2006~2010년 제6대 국회의장 ▦2010년 12월 총리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