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2세 행세하며 5억 뜯은 사기범 중형

고급차 빌려 사기행각…전문직 여성들이 표적

전문직 여성 등에게 재벌 후계자로 행세하며 5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범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8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사기죄로 1년4개월 간 복역한 뒤 2000년 7월 출소한 박모(30)씨는 그해 12월 강남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주차 문제로 다투다 알게 된 여의사에게 "A그룹의 외아들이다"고 속여 미혼인 선배 의사 L(여)씨를 소개받았다. 박씨는 L씨가 60평형대 고급 아파트에 살고 월수입도 2천∼3천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돈을 빌려주면 코스닥에 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남겨주겠다"고 꾀어 2001년 1월부터 두 달 만에 4억5천5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박씨는 또 2001년 1월 서울 청담동의 한 의류점에서 지배인 P(여)씨에게 접근해"A그룹의 외아들인데 의류를 외상으로 팔면 즉시 결제해 주겠다"고 속여 두 달 동안 1천610만원 어치의 의류를 구입한 뒤 옷값을 지불하지 않았다. 같은 해 6∼7월에는 자신이 재벌 2세인 줄 알고 가깝게 지낸 항공사 승무원 J(여)씨에게 신용카드를 빌린 뒤 22차례에 걸쳐 1천650여만원 상당의 현금 서비스를받고 물품을 구입했다. 박씨는 2000년 12월 한 렌터카 업체의 강남 지점장을 만나 "B그룹 회장의 외아들인데 차를 대여해 달라"고 부탁해 고급차를 장기대여한 뒤 이듬해 7월까지 몰고다니며 재벌 2세 행세를 하는 데 활용했다. 그는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알아차린 L씨가 자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변제를 요구하자 병원 근처로 찾아가 협박하다가 L씨의 사설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허만 부장판사)는 2개 재벌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행세하면서 전문직 여성 3명을 포함해 피해자 4명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 박씨에게 징역8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는 재벌 2세를 사칭하면서 5억원이 넘는 금품을 편취하고 피해자가 변제를 독촉하자 협박한 뒤 사건을 무마하려는 과정에서 상해를 가하는 등 사안이나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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