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전화위복

오랜만에 전 직장 친구 A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은 그 직장을 그만두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친구다. “올 4월쯤 독일에 가. 한 2년 정도 근무할 것 같아….” A는 전 직장에서 ‘잘나가던’ 친구였다. 직장에서 해외 유학도 보내줘서 미국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귀국해 잘나갈 것 같던 친구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 한 벤처기업의 재무담당이사(CFO)로 자리를 옮긴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벤처기업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대주주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 신규 임원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A는 이미 전 직장도 그만뒀는데 이렇게 되니 갑자기 공중에 떠버린 셈이었다. 이후 몇 달간 A는 연락도 잘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도 황당했었으리라…. 전도양양한 젊은 CFO 후보에서 실업자로 전락한 신세가. 그 뒤 몇 달 만에 연락이 왔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했다는 전화였다. 그는 지금 그 외국계 기업에서 ‘잘나간다’. 전 직장은 IMF 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이 흔들렸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실업자가 됐을 때를 생각하면서 “잘나간다고 교만할 것도, 어렵게 됐다고 절망할 것도 없다. 바닥에 떨어져봐야 절실한 몸부림 속에서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에 그치고 소득 격차는 최대로 벌어졌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가 지난 7일 발표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아직도 상당수 도시가구가 IMF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중ㆍ하층 가구의 경우 그 어려움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고유가ㆍ원고(高)ㆍ금리상승 조짐 등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인이나 직장인이나 이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갈수록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화위복’의 마음가짐이 갈수록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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