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않고 있다. 한미은행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을 한데다 최장기 은행 파업이란 신기록을 세웠다. 대주주가 바뀐 데다 그 대주주가 외국은행인 만큼 평상시의 노사협상과는 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수긍이 된다. 은행발전에 기여해온 은행원들로서는 평생직장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애사심에서 협상 전략상 일부 의외의 요구 조건을 내걸 수는 있을 것이다. 반면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측으로서는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국제기준을 고집할 법도 하다.
그러나 한미은행 노사협상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사태는 지나친 감이 없지않다. 무엇보다 11일째의 파업은 도가 지나치다. 최장기 은행 파업이 작금의 경제위기와 과연 어울리는 수사인가. 우리 경제는 지금 최악의 내수 불황에 빠져있다. 전형적 내수 산업인 은행업이 한미은행 노사의 정면 대결로 찬바람을 맞을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뻔하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에서는 이번 파업이 금융파업의 신호탄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일부 은행은 비정규직 문제를 내세워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전망이다.
은행권이 파업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 우려된다. 금융불안이 그렇지않아도 어려운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파업사태는 이미 외신을 통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결정의 시금석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노사관계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동요 차단과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은행 파업의 조속한 해결이 시급하다.
노사협상의 주체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양측이 일단 막후 협상을 통해 대표급 회담을 개시한 것은 다행스럽다. 노조측이 실리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자초한 36개월 급여 보상요구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도 타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측은 일단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에는 어느 정도 호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노조측은 경영권보장, 은행내 제도개선 등 경영원칙은 존중하는 전진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은행인 대주주에게 글로벌 기준을 포기하라는 것이 통할 리는 없다. 사측도 경영원칙이 존중되는 한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이니 영업정지 등 극단적인 대책을 말하고 있는 것도 파업의 불법성 외에 노조측의 요구가 과도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은행의 손실이 크기는 하나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고객불편이 크지않다고 하는 만큼 정부도 사태의 원만한 수습에 무게를 두기를 바라지만, 노조도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를 자초하지 않도록 하루 속히 파업을 끝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