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9세기 유럽, 그림책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존 길핀의 ''유쾌한 이야기(윌리엄 쿠퍼 글, 랜돌프 칼데콧 그림)'', ''돈키호테(귀스타브 도레 그림)'', 살바도르 달리 ''성경'', ''돈키호테(존 옴스비 옮김, 에디 르그랑 그림)''. /사진제공=한길책박물관

한길책박물관 전경

한길책박물관, ‘19세기 전후 유럽 그림책의 풍경’전시

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이산포IC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계속 자유로를 15분쯤 더 가다 보면 ‘헤이리 예술마을’이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헤이리 마을 3번 게이트로 들어와 300미터 정도 직진하면 한길책박물관이 나온다.


“대지의 질서를 수용하면서도 기존 건물의 질서까지 포용하는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심사평과 함께 지난 2008년 제19회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한 건물답게 다양한 감성들을 표현해 내고 있었다.

다양한 전시 행사를 하고 있는 이 곳에서 ‘19세기 전후 유럽 그림책의 풍경’이란 주제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그림으로 모든 걸 담았던 1800년대. 그림책의 전성시대라 불렸던 이 시기의 유명한 고서(古書) 110종, 193권을 만날 수 있다. 한길책박물관의 관장이자 출판사 한길사 CEO인 김언호 대표가 그간 출장과 여행 중에 모은 1,000여점의 컬렉션 가운데 삽화가 아름다운 19세기 유럽의 인쇄본들을 엄선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9월. 문자와 그림이 합쳐진 19세기 그림책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며 감수성과 상상력을 더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의 건물 전체가 그림책 전시를 위해 이용됐다. 지상 1층에 마련된 입구를 따라 들어오면 한 페이지에 3~4행의 짧은 텍스트, 혹은 아예 그림만 존재하는 레이아웃을 고안해 낸 ‘현대 그림책의 아버지’인 랜돌프 칼데콧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칼데콧은 ‘런던 소사이어티(London Society)’를 비롯한 유명 잡지와 W. 어빙의 ‘오래된 크리스마스(Old Christmas)’에 삽화를 그리는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으며, 생애를 마감할 때까지 매년 2권씩 총 16권, 18편의 그림책을 남겼다.

랜돌프 칼데콧을 포함해 영국 3대 그림책 작가인 월터 크레인, 케이트 그린어웨이의 대표작들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17~19세기에 걸쳐 전 유럽에서 출판·보급된 작은 책으로 서민들도 즐겼던 ‘최초의 대중 서적’인 ‘챕북(chapbook)’과 에드워드 리어의 ‘허튼소리 모음집(Book of Nonsens)’등 현대 그림책이 등장하던 초창기의 주요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의 이솝이라 불리는 라퐁텐의 우화를 여러 삽화가들이 그린 그림책 등이 보는 이들의 동심을 자극한다. 지하 1층 전시실에서는 가장 많이 만들어진 책 중 하나인 성경이 전시돼 있다. 그림책을 전시하는 만큼, 전시되고 있는 성경 12종에는 모두 삽화가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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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문화와 중세 가톨릭, 르네상스와 바로크, 그리고 19세기까지 이어지는 근현대 서양미술의 근간에는 성경이 존재한다. 성경이 담고 있는 풍부한 파노라마의 핵심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는 그림이었다. 압축하고 시각화한 회화를 통해 종교의 정신과 윤리, 역사 등의 난해한 내용들은 쉽게 함축될 수 있었다.

독일 미술의 아버지, 북유럽의 레오나르도라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을 포함해 귀스타브 도레, 살바도르 달리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까지 널리 알려진 예술가들의 한정판 성경들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를 통해 성경의 역사 자체를 되짚어 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뛰어난 판화 장인들의 등장과 인쇄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재현된 거장들의 아트북을 만날 수 있다. 12세 때 석판화집을 출간한 이후 15세부터 삽화가로서 활약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널리 알린 프랑스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인 귀스타브 도레의 ‘갈까마귀’, ‘런던: 순례여행’를 비롯해 윌리엄 터너, 윌리엄모리스 등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는 최고의 민중화가다.나는 그의 그림을 따라 그리려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칭송했던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런던 뉴게이트 교도소 풍경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윌리엄 호가스, 오브리 비어즐리, 에릭 길, 앙리 마티스, 호안 미로등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화가들의 책도 감상할 수 있다.

3층 전시실에서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고전들이 삽화가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만나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아라비안나이트로 알려져 있는 ‘천일야화’, 돈키호테 등의 고전과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와 같은 시대를 초월한 고전들이 그림책으로 표현되고 있다.

플라이어 타운센드의 ‘천일야화’,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돈키호테’, 에디 르그랑 삽화의 ‘돈키호테’ 등을 통해 고전의 다양한 변주를 느낄 수 있다.

김언호 대표 “19세기 전후는 그림책의 전성시대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책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올해 말까지 진행되며,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한길책박물관 학예실(031-949-9786, 031-943-9786)에 하면 된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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